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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불행 앞에 나의 다행을 뒤적거리는 비겁함을 갖지 않게 하소서.

seek; let

불행의 동력

재이와 시옷 2022. 7. 13. 20:58

 

 

 

감춰진 글들을 다시 읽으면서 생각을 해. 무엇이 쓰고 싶었지, 어떤 얘기를 하고 싶었지,
숨겨놓은 글들을 다시 읽으면서 또 한 번 생각을 해. 왜 감춰두었지, 왜 숨겨두었지,

 

기억이 되지 못한 꿈을 꾸어서인지, 닫힌 방 문 너머로도 선명한 빗소리 때문인지, 눈을 뜨는 그 순간부터 기분이 안 좋은 거야. 억지로 잠을 깨우는 이도 없었고 충분하리만치 자내고 스스로 눈을 떴는데도 불쾌한 감각이 머리 안팎으로 응집해있는 느낌이었어. 어떤 날은 그것들을 업무처럼 아무렇지 않게 해치우다가도 또 어떤 날은 오늘처럼 속수무책으로 K.O패를 당해.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기분이라고 패배를 선언해. 내게서 만들어진 기분을 내가 다룰 수 없다는 게 나를 멍청한 늪에 빠뜨려. 

 

타인이 다녀간 불행을 짐작하면서 나의 불행에 등급을 매겨. 못되고 못난 버릇이라는 걸 알아서 좌우명으로도 새기며 노력하고 있는데 어떤 날엔 헐벗은 나의 감정을 마주 봐. 오래도록, 십 년이 넘도록, 죽음으로 소중한 누군가를 잃은 사람들의 서사에 내 멋대로 마음을 갖다 붙여. 앞으로도 무수한 죽음이 있을 테고 이 서사는 이제까지처럼 유구할 텐데 그것들이 막상 내게 위로 한 줌 안된다는 걸 또렷하게 인식하면서도 한편으론 한 동그라미에 묶이고 싶은 건가 생각해. 위로가 되는 것과 이름 붙여질 소속이 생긴다는 건 다른 이야기니까. 여기서 가장 악취가 나는 부분은 내가 처음부터 지금까지 사실 위로를 바란 적이 없다는 거야. 어떤 것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 걸, 그 진실을 나 혼자 섬기고 있으니까.
그게 이 불행의 동력이야.

 

나는 이미 오래전 당신을 잃었고 사실, 이 문장을 적을 때마다 억울해서 돌아버릴 것 같아. 결국 나를 버린 건 당신인데 나는 버려지고 당신마저 잃고 잃지 않을 수 있었다는 가능성도 제 발로 차 버린 멍청한 하자품이 돼버렸어. 슬프고 아프고 억울해. 그러니까 제발 그러니까 꿈에 내게 와 행복해 보인다고 말하지 말아 줘. 그냥 찾아와 줘 안고 있게만 해줘. 한 손으론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론 당신의 얼굴을 쓰다듬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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