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cipice o-f- Communications./

타인의 불행 앞에 나의 다행을 뒤적거리는 비겁함을 갖지 않게 하소서.

ordinary; scene

오래 살라고

재이와 시옷 2023. 4. 19. 22:18

 

/ 내가 되는 것은 어떤 것일까 그것은 무엇일까.
/ 위기의식이 든 것은 아니지만 평범하고 무탈한 일상이 괜스레 머쓱한 마음에 출근길에 충동적으로 맥북을 챙겨 나왔다. 오늘의 일을 해내며 저녁이 끝나가는 시점엔 집으로 갈 것인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것인지 잠시간 고민도 했지만 지난주엔 이 고민 뒤에 미련스러운 태세로 무거운 가방을 다시 이고 지고 집으로 갔었기에 오늘은 보다 가뿐한 마음으로 약수역에 갈 버스정류장을 향해 걸었다. 버스 안에선 무엇을 마실지, 커피를 마실지 예전에 보니 병맥주도 있던 것 같은데 그것을 마실지 그래도 집에 사놓은 빅웨이브 있는데 바깥에서 9천 원 주고 마시기엔 좀 아깝지 않을까 나는 카페인에 약하니까 디카페인으로 마셔야겠다 살찌니까 주전부리는 먹지 않는 게 좋겠지 하지만 그러기엔 애초에 맥주 마실 생각을 하지 않았나 하며 카페에 도착을 했는데 맥주는 이제 팔지 않고, 나는 따뜻한 디카페인 아메리카노 1/2 에쏘에 초코견과류 쿠키를 먹었다. 커피는 기분 좋은 구수함이었고 쿠키는 또 오랜만에 먹으니 아주 맛있었다. 

 

 

/ 종이책을 꾸준히 사고 있다.
읽는 속도가 사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것은 이미 한참 전이므로 예스24 회원등급을 유지하는 정도로만 일부러 적은 금액으로 책 소비를 하고 있었는데 이달에 들어 등급도 떨어졌고 사고 싶은 책이 생겨 지난주에 구매를 했다. '사랑과 탄생'이라는 책. 인스타그램에서 팔로하고 있는 1인 출판사에서 낸 책이다. 책의 제목이 몹시나 아주 몹시나 클리셰적이라 나같이 허세놀음하기 좋아하는 인간에게 제법 솔깃했지만 내용 자체는 별 게 없지 않을까 지나치려 했는데 계정에서 본 발췌가 마음에 들어 장바구니에 담았다. 결제를 하려고 보니 언제부터인지 무료배송 조건 금액이 만원에서->만 오천 원으로 올라 있어 '소설 보다' 시리즈를 함께 담아 결제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까운 것, 그것은 배송비니까. 더구나 '소설 보다' 시리즈는 쬐만한 것이 내용은 알찬데 분기별로 한 권씩 나오며 값도 삼천 오백 원뿐이 하지 않아서 모자란 값을 메우기에 아주 제격이다. 

 

 

/ 건강한 듯 건강하지 않은 건강함.
신체가 약간 나를 벼르고 있는 기분이다. '너 아주 언젠가는 지옺 되는 거야 두고 봐라' 하며 아주 천천히 칼을 갈고 있는 느낌. 서른두 살을 넘기며 특히 여기저기 군데군데 구석구석 야금야금 아픈 느낌. 자주 쓰는 관절들은 다들 조금씩 저리고 피로감은 쉽게 가시지 않고 분기별로 한 번씩 종종 체를 하고 짜증이 좀 길-게 난다 싶으면 영양제를 챙겨 먹음에도 불구하고 약한 질염이 자리 잡는다. 시발. 날이 풀리고 있으니 러닝을 다시 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좇기고는 있는데 아직은 나 몰라라 중. 진짜 아 진짜 내일은 한다 내가. 아 진짜라고. 

 

 

/ 작년 블랙데이에 태어난 친구 아들의 사진이 핸드폰 배경화면이다. 지난주엔 돌사진을 찍었다 했고 보정본이 나오면 백장을 받기로 했다. 몇 장 준다고 하는 걸 최소 스무 장을 달라고 했다. 오늘도 매장 오픈 전, 카톡으로 우리 코미와 함께 찍은 사진을 친구가 보내주며 오늘의 일도 파이팅 하라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종종 보내줄 테니 오래 살라고도 했다.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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