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cipice o-f- Communications./

타인의 불행 앞에 나의 다행을 뒤적거리는 비겁함을 갖지 않게 하소서.

⌳ precipice,/toss and turn 21

6월 6일과 7일 @강촌 (펜탁스.ver)

펜션에 있던 우리 맘대로 이름은 '순돌이' 아직 강아지였다. 사진으로는 꾀죄죄함이 다 표현되지 않았는데 전체적으로 되게 더러웠다. 목욕만 깨끗이 시켜주면 뽀얀하니 더 사랑스러울 것 같았는데 아쉽게도 주인아주머니는 여름내로 털을 밀어주지도, 목욕을 시켜줄 생각도 없으신 듯 했다. 아무튼 사람을 무척 따르고 헥헥 꼬리를 마냥 살랑대던 순돌이. 영 스피드를 내지 못하던 레일바이크 남1, 남2 그리고 뭐랄까 계속 우리 눈치를 보는 것 같았던 느낌적인 느낌이었다. 그들은 둘이었고 우리는 여섯이었기에 말을 쉽게 붙일 수 없었던 거라던 큰언니의 말(ㅋㅋㅋㅋㅋㅋ) 나는 재차 "이렇게 여자들이 착각에 빠지는거라구요!" 라고 초를 쳤고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다가 부채로 머리통 맞음. 난 내가 보는 풍경을 찍고싶었을 뿐이야. ..

주문진 횟집

날것에 대한 거부감이 크게 있었다. 조리과를 졸업한 여자로, 한중양일식제과제빵의 정규과정을 모두 수행했지만 매 실습시간마다 날것(생고기, 생선)들을 만지는 것이 힘들었다. 조리해 맛을 보면 맛은 참 좋았지만 그 과정의 귀찮음보다 그 물컹한 촉감에 여간 정이 가지 않았다. 이렇다보니 일식시간 스시를 할때면 얼굴의 모든 근육을 움직여 인상을 쓰곤 그와는 반대되는 예리한 손길로 생선의 뼈와 살을 분리하곤 했었지. 추억 돋네. 그랬었는데 언제부턴가, 기억하기로는 스물 한 살 여름이었던 것 같다. 오랜 친구와 처음으로 부산여행을 갔었는데 부산에 왔으니 회는 제대로 먹어줘야하지 않겠냐며 그럴싸한 해운대 근처 횟집에서 모둠정식을 먹었더랬다. 충격이었지 그 맛은. 싸이월드를 뒤져보면 상을 다 휩쓸어버릴 듯한 기세로 젓..

1월 26일 강릉 인구해변

기분 탓일 수도 있었겠지만 분명, 공기가 남달랐다고 자부했다. 콧속으로 스미는 바다의 기운이 소래포구의 비릿한 그것과는 완연히 다른 어떤 명쾌함이 있었다. 강원도라 추위와 바람의 강세도 남달랐지만, 밤에 도착해 첫 들이 쉰 강릉역의 숨은 황홀했다. 어깨와 가슴을 잔뜩 열고 숨을 폐로 깊이 밀어넣던 때에, 하늘의 별이 눈에 들어왔다. 좋지 않은 내 시력으로도 가늠되던 무수한 그 갯수와 명명함들. 소리를 꺅 하고 질렀다. 기분이 너무 좋아 강릉역 복판에서 춤이라도 추고 싶었다. 양발에 트램플린이라도 달은냥 떼는 걸음마다 내가 튀어져올랐다. 아침에 보게 될 숙소 앞 해변의 절경을 다짐하며 기대로 계속 뛰는 심장을 다독여 잠자리에 들었다. 이불을 온 몸에 휘어감고 베란다로 나가 입김 내뿜으며 천천히 지켜 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