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cipice o-f- Communications./

타인의 불행 앞에 나의 다행을 뒤적거리는 비겁함을 갖지 않게 하소서.

⌳ precipice,

우리 집 처음의 원두

재이와 시옷 2012. 2. 6. 00:22

 

 

2011년 11월에 있었던 생일에 Y로부터 생일 선물을 받았다.
생일이 오기 전부터 꽤 오랜 시간 동안 내게 끈질기게 무엇을 받고 싶은 지를 물었었다. 진정으로 욕심나는 것이 없으니 마음이 담긴 작은 것 무엇이라도 준비해 준다면 고마울 것이라고 계속해서 못을 박았는데, 누구 애인 아니랄까봐 꽤 전부터 드립커피 욕심을 갖고 있던 나를 염두하고 초보자가 사용하기에 괜찮은 드립커피 관련 용품들을 묶어 선물로 주었었다. 너비가 꽤 컸던 상자의 뚜껑을 열었을 땐 커피 향기가 후- 하고 퍼져나왔다. 
우리집에 처음으로 원두가 들어온 순간이었다.
 
선물 꾸러미 중에 그라인더(로스팅 된 원두를 분쇄해주는 기구)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Y는 친히 원두가루를 주문해 선물로 주었다. 이것은 그의 센스가 아니라… 나는 커피콩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헷갈린 나머지 이미 분쇄된 가루로 주문을 한 것. 아무튼 그렇게 우리 집에 처음으로 원두가 들여졌고, 인스턴트 맥* 커피와는 이젠 안녕. 그 후, 내 입맞에 맞게 찬찬히 드립해서 커피를 마시고 있다.
 
340그람 정도의 저 원두가 현재 반도 남지 않았기에 집에서 잉여활동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이것도 곧 소멸될 것으로 예상해 기억하기 위해서, 그리고 다음 원두 주문시에 헷갈리지 않기 위해서 이리 글을 적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산미가 강한 원두는 선호하지 않는다.
향이나 맛이 라이트 한 것도 그렇게 내 취향이 아닌 편이고, 진하고 무겁게 가라앉는 맛과 향을 선호한다. 그런 취향으로 보았을 때 '코스타리카'는 꽤나 적당하다. 산미는 강하지 않으면서 보통 정도의 무게감을 갖고 있다. 나와 같은 취향의 소유자이거나 드립커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해 무난하게 출발하려고 하는 사람에게 적당할 것 같다.
오늘 두 잔을 내려 마시고 마지막은 녹차로 마무리 했는데 잠이 일찍 올 것이라고 예상한 것에 비해 지금 꽤나 쌩쌩한 것이 함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