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cipice o-f- Communications./

타인의 불행 앞에 나의 다행을 뒤적거리는 비겁함을 갖지 않게 하소서.

⌳ precipice, 163

아메리칸 허슬 American Hustle, 2014

해외 배우들 풀네임을 잘 외우지 못하는 난데 그래도 이 영화 주요 인물 네 명의 이름은 다 알고 있구나. 기특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캐스팅이 화려해서 포스터에 눈길이 가던 영화다. 작년 무척 좋게 보았던 영화 감독의 차기작이라는 이 두 가지 사전 정보만을 가지고 극장엘 갔다. 기대도 가지고 있었지. 제목에 '허슬'이 들어 있으니 위트 넘치는 사기극일 수 있겠구나 라는 그래도 나름 밑밥을 깔아두었는데 영화는 나를 슬프게 만들었어. 같이 본 이는 심지어 초반에 졸기까지 했다(...) 지루하지는 않았는데 음 아니야 지루하지는 않았다고 스스로 오해한 것 같다. 지루하지 않다 = 나쁘지 않다 의 공식은 아니니까. 그래, 영화는 나쁘지 않은데 지루하다. 한 줄 평 잔인하구만. 어빙의 인간적인 드라마..

⌳ precipice,/see 2014.02.23

로보캅 RoboCop, 2014

펑펑터지는 액션을 조금 기대했지만 전혀 실망스럽지 않았다. 원작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는 리메이크작의 숙명이지만 인간과 로봇의 윤리적 괴리와 머피의 감정 갈등을 놓치지 않고 잘 다루고 있다. 단순히 깜장색 아이언맨st 수트를 입고 악당들을 때려잡는 씬들로만 채웠다면 되려 실망했을 거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래도 사람들이 극장에 좀 몰리는 것 같은데 미국에서는 에게 처참히 발리고 있다고(...) 로보캅이 레고에게! 아무튼, 모피를 연기 한 처음 보는 듯한 배우 조엘 킨나만. 비율이 어마어마 하더라. 어깨가 아주. 하하하하. 개리 올드만 아저씨가 더 늙기 전에 미친 사이코 역할로 영화 찍어줬으면 좋겠다. 내게 아저씨는 언제나 영화 의 섹시약쟁이로 남아있으니까.

⌳ precipice,/see 2014.02.23

또 하나의 약속, 2014

경주의 메가박스에서 보았다. 다른 이야기지만 경주 시내에 있는 메가박스는 어쩐지 옛풍경을 갖고 있었다. 극장은 2층에 있었는데 건물 1층 입구에 상영시간표가 붙어있었다. 길을 지나던 졸업식을 끝내 한가한 스무살 친구들이 옹기종기 모여 시간을 확인하고 있었다. 귀여운 사투리가 오갔다. 그 모습을 떨어진 자리에서 바라보며 참 살갑구나 싶었다. 개봉부터 상영까지 순탄치 않았다고 알고 있다. 들려주고자 했을 주제를 아우르며 영화의 끝까지 잘 끌고 갔다. 만듦새가 나쁘지 않아 다행이다 라고도 생각했다. 영화에서 그들이 싸우는 대상은 다름 아닌 현실에서의 '삼성'이니까. 마냥 눈물로 호소하지 않았고 억울함의 데시벨을 굳이 올리지도 않았다. 수 년 동안 기업과 싸워온 그 고단한 시간을, 분투하는 그들만의 시각이 아닌..

⌳ precipice,/see 2014.02.23

더 헌트 Jagten, The Hunt, 2013

# 거짓이 어떻게 진실이 되는 지, # 우리가 믿는 진실의 속성에 대해, - 보는 동안 영화 의 브라이오니가 떠올랐다. 그리고 인상을 듣기만 했던 영화 를 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브라이오니가 끊임없이 떠올랐던 건, 잊을만 하면 화면에 나타나는 클라라가 괘씸해서 였기도 하고, 무엇보다 망상이 여러 입을 거친 힘을 얻어 진실로 착상되어가는 그 괴이함에 화가 나서 였을 거다. - 에서 브라이오니는 진실의 토로 시기와 그 방법을 순전히 자기속죄의 개념에서 시행했다. 그들의 사랑은 비극이 되었고 그들의 생(生) 역시 비참했다. 그 사실을 안 나중에서야 그들의 이야기를 완성해주고자 했으니 이 얼마나 비겁한 자기속죄인가. 그들의 죽음이 없었어도 과연, 진실로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었을까? - 유치원의 아..

⌳ precipice,/see 2014.02.10

다우트 Doubt, 2008

- 메릴스트립과 필립의 연기는 정말이지 경탄스럽다. - 영화 를 보고 뒤이어 본 영화다. 를 보며 느꼈던 감정의 깊이, 진실의 속성에 대해 이 영화를 같이 나란히 두고 본다면 더 좋은 생각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영화를 본 후의 감상에 대해 정해진 답이란 건 없으니 O/X 마킹을 할 수는 없겠지만 그 정도를 가늠하고 다가서는 데에는 분명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행히 생각을 연결하고 나의 것으로 정립하는 데에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 말장난을 좋아한다. 감정을 상하게 하는 무례한 농담과는 질적으로 다른, 위트를 얹어 자연스레 상대의 웃음을 끌어내는 그런 말장난을 좋아한다. 언어유희.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배우들의 이름을 한국식 이름으로 달리 부르는 것이나(가령, 톰크..

⌳ precipice,/see 2014.02.10

경주에서 씁니다

지난 목요일 저녁부터 오늘 그리고 지금까지 경주에 머물고 있다. 요리할 맛이 절로 나는 좋은 부엌과 색깔 아지랑이가 피어나는 벽난로의 온기를 거실에서 쬐며 작지만 사랑스러운 녀석들을 무릎에 앉혀놓고 평화를 유영하고 있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오래오래 눈이 내렸고 오후에는 눈을 맞으며 눈사람을 만들었다. 발자국 소리에 놀라 도망가는 들고양이의 뒤를 쫓기도 하고 발자국 없이 하얗고 길게 늘어선 길을 밟으며 멀고 먼 장관을 오래 바라보기도 했다. 경주에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