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오랜 친구 혜자
혜자는 매해 휴가를 함께 보내는 오랜 연인이 있다. 올해 여름휴가도 연인과 함께 보내는 것이 응당 당연한 순례같았지만, 연인이 취업과 시험 등으로 일정이 바빠 혜자는 혼자 휴가를 계획했고 그녀는 '저거 좀 그래도 약간은 오버아닐까..' 라는 정도의 금액도 개의치않은 채 아묻따 때려넣어서! 홍콩에를 다녀왔다. 면세에서 화장품이나 가방을 사오지 않는 이상 휴가지 선물로 홍콩에서 데려올 만한 것이 그다지 없다며 그녀는 으레 여행을 가기 전 일러두었었다. 유명하다는 과자를 사오겠노라. 주는대로 받아 먹거라.
예~히
이름을 말해주었는데 또 까먹었다.
질소를 샀는데 과자를 주었어요 어머나 세상에, 와 같은 그런 봉지과자가 아닌 직접 짜고 오븐에 구운 과자들이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있으니 어서 만나 전달식을 갖자고 하였다. 나는 시간의 제약이 없었으나 우리 할매는 몸이 곯은 관계로 나오지 못하고 그녀 몫의 과자는 그대로 혜자에게 머물러 그녀 가족의 배를 풍족케 했노라.
퇴근 후 신도림 디큐브시티 스타벅스에서 혜자를 만나 쿠키를 전달받았다. 틴케이스 밖으로 풍겨져오는 진한 버터냄새에 그 모양새가 궁금해졌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버터냄새는 물론 깊은 커피향이 함께 났다. 아이보리와 초코색. 아이보리색이 더 부드럽다는 말에 하나 집어 입에 넣었는데 어? 녹아?
몹시 부드러웠다. 엄마도 좋아할 것 같았다. 쿠키치고는 과하게 달지 않아 나도 연달아 몇 개는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이제 우리는 밀리고 묵혀진 이야기 패들을 한 장 한 장 꺼냈다.
집에 와 혜자에게 받은 것이라고 말하고 엄마에게 보여주었다. 엄마가 맛을 보았고, 바움쿠헨을 먹은 이후에 이렇게 간식거리가 들어오니 참 좋다고 하셨다. 내가 먹지 않는다고 가계의 주전부리에 너무 소홀했구나 싶었다.
'⌳ precipic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둘,이 있다 (1) | 2012.10.12 |
---|---|
어쩌면 (0) | 2012.10.07 |
바움쿠헨 (0) | 2012.09.11 |
봄의 볕들을 다시 짚으며 (0) | 2012.09.04 |
비가 오면 (0) | 2012.08.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