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 이라는 말은 언제 들어도 따뜻한 낌새를 안고있다.
비읍 아래에 티읕 받침이 한자리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어지간히 생경한 느낌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단 하나의 음절이 갖고 있는 그 온기를 어느 것에 비할 수가 쉬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 볕 아래를 걷는다는 것은, 설령 내가 당장에 나가떨어질 비루한 신을 발에 끼우고 거리를 종횡무진한다고 해도 그 걸음들이 모두 안전하다는 안도를 내포한다. 걸음에 질서는 없고 얼룩한 자국들이 선연해 눈이 부시는 좌절을 삼키게 될지라도 그 볕은 조용하고 분명하게 내 손목을 다정히 옭아쥐고 걸음걸음 굳은 발자국으로 앞장서며 믿음으로 휘장한 곧은 어깨의 선들을 뽐낸다. 내게 볕이란 그러하고,
곧 너는 내게 볕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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