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9월 해가 가장 높은 시간 여전히 30도가 넘는데 달을 보여주는 숫자가 8에서 9가 되었다는 그 실감으로 소매가 짧은 면티와 바지들을 정리하려 태를 잡는다. 어서 겨울에 닿고 싶어서, 흰 입김을 보고 싶어서, 당신에게 더 붙고 싶어서.대부분을 끄집어 내 바닥에 내려두고, 다시 접고 걸어서 행을 맞추고, 걸쳐 보고 둘러보고 발을 넣다 말고 한 발치에 던져두고, 지난 계절에 분명 아꼈던 것 같은데 어느새 버려야 할지 애매해져 버린 것들과 눈싸움을 잠시 했다가 결국엔 이기고 결국엔 지고, 내 몸 구겨놓은 것 같은 부피의 봉투 한 봉이 만들어지면 그래 오늘은 이쯤에서 그만하자, 부유하는 먼지들을 줄줄 흐르는 콧물로 가늠하면서 그렇게 한 계절을 접는다. 어떤 때엔 때 일러서, 어떤 때엔 지난번을 참고했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