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cipice o-f- Communications./

타인의 불행 앞에 나의 다행을 뒤적거리는 비겁함을 갖지 않게 하소서.

⌳ (14) 그렇게 그런 일들

어느 날의 언급

재이와 시옷 2013. 12. 4. 18:04

 

 

1. 한입도 마시지 못한 우유는 곧장 쓰레기통에 던져졌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역시 '초여름 우유가 상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수 있겠다 싶었다. 들여다만 보았어도 상하지 않았을 일이다. 하루만 늦지 않았어도, 보관팩에 있다는 안심만 아녔어도.

 

 

2. 나는 내가 말을 잘하고, 재미있고, 합리적이고, 다정한 등등의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을 넘어서 굳게 확신하며 살아왔는데 언제부터인가 다분히 노력형의 인간이라는 걸, 어딘지 서툰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게 되었다.
좋아하는 사람의 눈치는 미리 살피고, 다정함은 좋은 사람이 되고싶다는 열망에 기원하며, 외롭지는 않다고 부득부득 우기는 고집 센, 거기다 길은 또 못 찾고 분실의 빈도도 잦는 등의 손이 대략 많이 가는 사람이라는 걸. 이제는 인정하게 되었다.

 

 

3. 계절을 잊은 이불처럼, 그 자리에 있는 것

 

 

4. 당신에게 전화를 건다. '없는 번호'라는 친절한 기계음성이 뒤를 잇는다.
생각한다. 상상한다.
 어느 날, 불현듯 이 수신음 끝에 낯선이의 목소리가 '여보세요' 한다면. 나는 무어라 나의 용건을 설명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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