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목욕탕.
탕에 들어가 귀퉁에 자리를 잡고 앉아 대리석에 팔을 걸치고 가만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대중목욕탕' 만큼 사람 냄새 풀풀 나는 곳이 또 있을까 싶다. 벌거벗은 사람들. 각기 다른 가슴의 모양, 허리춤 두터운 살의 정도, 악을 지르며 우는 아기, 바가지로 물을 퍼 바닥과 자신의 몸에 뿌리는 그 태세 등등. 이처럼 그 이름이 잘 어울리는 곳이 또 있을까.
삶의 냄새를 밀접하게 맡는 곳이 두 군데 있다.
하나는 번화가의 횡단보도. 다른 하나가 바로 목욕탕이다.
서로를 조금씩 흘기며 자신과 빗대보는 그 품새가 가려지지 않고 그대로 드러난다.
욕망이라 하기엔 너무 날 것이고, 열등이라 하기엔 너무 서로들 닮아있다.
우리는 각자의 벌거벗은 몸에서 무엇을 보는걸까.
2014. 1. 31 닿는 새벽
Free note 라는 철자가 새삼스레 사랑스러운 새벽이다.
각질이 일고 뾰루지가 돋아 난 못난 지금의 얼굴이지만, 이 얼굴 오른편으로 일하고 있는 당신을 두는 것은 꽤나 즐거운 일 같다. 몇 주 밀린 영화의 감상 따위를 적는 사사로운 일정에, 당신의 글쓰기의 한 시간을 함께 공유하고 있어 재미있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 좋아하는 장면이다. 각자의 것에 집중하지만, 결코 외로움으로 결박되지 않는 때. 그 장면에 나란한 우리 둘의 모습이 누가 보아도 사랑스럽지 않을까 하는 뻔뻔한 상상이 수용되는 시간.
좋아한다, 고 생각한다. 느끼고 믿는다.
2014. 1. 22 닿는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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