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의 메가박스에서 보았다. 다른 이야기지만 경주 시내에 있는 메가박스는 어쩐지 옛풍경을 갖고 있었다. 극장은 2층에 있었는데 건물 1층 입구에 상영시간표가 붙어있었다. 길을 지나던 졸업식을 끝내 한가한 스무살 친구들이 옹기종기 모여 시간을 확인하고 있었다. 귀여운 사투리가 오갔다. 그 모습을 떨어진 자리에서 바라보며 참 살갑구나 싶었다.
개봉부터 상영까지 순탄치 않았다고 알고 있다.
들려주고자 했을 주제를 아우르며 영화의 끝까지 잘 끌고 갔다. 만듦새가 나쁘지 않아 다행이다 라고도 생각했다. 영화에서 그들이 싸우는 대상은 다름 아닌 현실에서의 '삼성'이니까. 마냥 눈물로 호소하지 않았고 억울함의 데시벨을 굳이 올리지도 않았다. 수 년 동안 기업과 싸워온 그 고단한 시간을, 분투하는 그들만의 시각이 아닌 그들 바로 가까운 이들의 변화와 시선까지 함께 담아 보여주고 있다. 가령, 병들어 죽은 딸을 팔아 기업 상대로 어떻게든 돈을 뜯어내려하는 정신나간 아빠로 보는 동네 사람들의 시선과 비난들처럼.
이 공방전이 아직 진행중이라고 알고 있다. 철저히 아웃풋의 퀀터티로 보상받아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그곳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병 드는 사람들 역시 그곳에 있다. 기업은 작업장과 질병의 상관관계는 전혀 유의미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영화 대사 中, '멀쩡했던 딸이 그곳에서 일을 하다 백혈병에 걸렸는데 기업에서는 그 증거를 가져오래요. 병이 걸렸다는 증거를 보여주려해도 반도체 작업에 사용되는 물질은 기업 비밀이라며 공개하지 않아요. 시설을 바꿔놓고 역학조사 역시 거부해요. 어린 내 딸은 병에 걸려 앓다 죽었는데 그게 일을 하다 그런게 아니고 내딸이 언제든 걸릴 병이 지금 걸린거래요.'
어쩌면 일생의 마지막까지 우리는 갑과 을의 관계에서 을에만 머물게 될 수 있다. 제 소리를 낼 수 있을 지 없을 지도 확신할 수 없는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인데 이 부당하고 가슴 아픈 이야기가 어떻게 나와 나의 가족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란 확신을 가질 수 있을까. 그렇기 때문이라도 더욱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포기의 순간 당면 할 약자를 향한 비난이 두렵다면 그래 좌절은 하지 말자. 주의를 갖고 의식해야 할 일들이다. 더 외면해서는 안 되고 더 미뤄져서도 안 된다. 나 역시도 꾹꾹 눌러냈던 의연함을 이젠 벗겨내자는 다짐이다.
조금,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함께.
그리고 아주 개인적인 감상 : 배우 김규리씨는 연기가 참 안 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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