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향초를 켜두고 글을 적는다. 처음부터 작고 낮던 것이라 시간에 따라 불에 녹으면서 더욱이 작고 낮아졌다. 유리잔 안에 손가락을 깊이 넣고 라이터를 켠다. 심지에 가까스로 작은 불기둥이 닿고 불이 붙는다. 흡사 아무것도 아닌 듯한 은은한 향이 조금씩 퍼진다. 냉장고 과일칸에 들어있던 마지막 포도 한송이를 꺼내 씻었다. 팟캐스트 '신형철의 문학이야기' 마지막 편을 재생했다. 마지막 포도 한송이와 마지막 방송이 곁에 있다. 그리고 곧 마지막으로 불이 붙을 향초까지 더해서. 아침 일찍 일어나 서울역에 가야한다. 기차를 타고 부산에 간다. / 지난 여름 먼저 경주에 가 있던 당신과의 통화 중. 낮에 불국사에 들렀는데 나란히 있는 이것을 보는 순간 내 생각이 났더라고. 작은 것이라 선물이라 하기 머뭇하지만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