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cipice o-f- Communications./

타인의 불행 앞에 나의 다행을 뒤적거리는 비겁함을 갖지 않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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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여름의 우리

/ 내 사진은 물론 지인과 함께 찍은 사진들도 업로딩을 한참 피해왔는데, 위 사진은 오래오래 이 서버의 데이터로나마 간직하고 싶어서 이렇게 페이지 한 장을 꾸린다. / 나의 오랜 친구들. / 혜자의 애인을 소개받는 날이었다. 몇 달이 되지 않은 관계였지만 나와 할매에게 소개해 주고 싶다 했다. 각자의 삶이 바빠 자주 얼굴 보는 것도 힘든 우리는 시간을 맞췄다. 8월의 마지막 주 일요일. 아마도 8월 31일. 마지막 더위가 있는 힘껏 자신을 뽐내려 하던 날, 우리는 홍대에서 만났다. 철이가 일하고 있는 온다살몬에서. 철이라고 불러본 지 무척 오래되어서 지금 되게 어색한데, 내 블로그에는 모두 별명을 적는지라 이 낯섦을 어찌어찌 극복해야지. / 철이가 찍어 준 폴라로이드 사진 두 장.(진짜 어색하네 철이라니..

영화 보고 커피 마시는 나날들

/ 가을에 맞은 외가 친목회에서 하룻밤을 자고 다음날 아침 일찍 밥을 먹고 숙모네 집을 나섰다. 일요일은 알게 모르게 모두가 바쁜 하루다. 딱히 무슨 일이 있는 것이 아니어도 누군가는 분주하게 주말 대청소를 하고, 누군가는 교회에 가 간절한 기도를 드린다. 누군가는 다른 누군가와의 약속을 위해 단장에 힘을 쓰고 누군가는 수산시장에 들러 말린 생선과 과일을 한 아름 산다. 나는 운전대를 잡은 아부지를 따라 묵묵히 수산시장을 돌며 양 손 무겁게 장을 보는 일요일의 딸내미였다. 이 날 아부지는 당신이 철원에서 드실 저녁 찬거리로 말린 생선 여러 꾸러미와 낙지젓갈 조금, 오늘 저녁에 가족 다 같이 먹을 대하와 임여사 준다며 자몽을 잔뜩 사고 생색도 그만큼 잔뜩 내셨다. 그리고 톨게이트를 빠져나올 때엔 안전벨트를..

프랭크 Frank, 2014

꿈꾸는 것과 나 자체로 이해받는 것. 이상과 현실이라고 쉽게 풀어 이야기 할 수 있으려나. 돔놀 글리슨(리뷰와는 전혀 관계없는 이야기지만, 겨울에 개봉했던 영화 에서 사랑꾼 타임슬리퍼를 연기한 돔놀글리슨의 생김새에 대해 '생강대가리처럼 생겼다'는 한줄평이 잊히질 않아 어디서든 그를 볼 때마다 생강대가리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아니 어떻게 사람 얼굴에 대해 생강을 묘사하지? 심지어 그게 어울릴 건 또 뭐람!) 극중 존이라는 인물의 심정적 흐름에 맞춰 영화는 이야기를 흘린다. 별 거 없는 출퇴근길에서 마저도 작사와 작곡의 영감을 떠올리는 존은 음악을 사랑한다. 그저 그런 회사에 다니고 있지만 곡을 만드는 일을 손에서 놓지 않고 언젠가는 이 시시한 일상에 반짝 스파크가 터질 것임을 믿는다. 우리들이 보통의 하루..

(precipice;__)/see 2014.10.25

5일의 마중 Coming Home, 2014

글을 적고 있는 지금, 시와의 신보 중 '나의 전부'라는 곡을 듣고 있다. 바람과 담배 연기가 함께 섞인 카페 바깥 자리에서 대단한 일이라도 이루는 사람처럼 노트북을 열고 허세를 부리고 있다. 요 며칠의 모든 글들은 모두 이 곳, 서교동 테일러커피에서 적었다. 오늘은 아이스라떼. 지금 깨어있는 지 열 여덟 시간째라서 정신머리가 온전치 못하다. 눈알이 시큰거리고 두통과 미열이 피어나고 있다. 내 몸이 안좋은 흐름에 있다는 아주 깜찍한 신호. 아주 깨꼬닥 쓰러지기 딱 좋은 컨디션. 전에도 적은바 있지만, 나는 보기로 마음 먹은 영화의 모든 내용을, 갈등의 구조와 순서, 강약, 흐름의 긴장, 하물며 충격적 반전까지 모-오두 들어도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알고 영화를 봤을 때, 정말 '나의 이야기..

(precipice;__)/see 2014.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