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cipice o-f- Communications./

타인의 불행 앞에 나의 다행을 뒤적거리는 비겁함을 갖지 않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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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일상

어렸지만 어리다 여기지 않았던 풋내기 때에도 한 번 이상 바랐을 요즘의 내 모습. '우리'로 시작하는 모든 것들을 가꾸고 정돈하는 데에 빈 시간 모두를 쏟는다. 그 좋아하는 옷도 신발도 아무튼 간 나를 꾸미는 사치품들은 거의 사지 않고 쇼핑몰 장바구니엔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만이 가득이다. 내가 알고 짐작하던 내 모습보다 더 유난하게 요즘의 일상에 나는 열정적이다. 그래서 깨닫는다. '아, 내가 많이 바라왔구나 지금을.' 이른바 [부사] 세상에서 말하는 바 유의어 소왈 소위 소칭

ordinary; scene 2024.03.18

20240104 / 19890104

일을 해서 스스로 돈을 벌기 시작한 이래로 오랫동안 빨간 날에는 대개 일을 하는 여러 해를 보냈다. 공휴일, 명절, 성탄절, 보태어 신정까지. 오래도록 해온 일의 결이 같기 때문에 별 수 없는 것이라 여기면 오히려 좌석이 여유로운 대중교통이 차라리 반가워진다. 바뀐 직장에서 일을 한지도 만으로 일 년이 넘었고 두 번의 연도 숫자가 바뀌었으니 2년 차라고 할 수 있겠다. 그사이 나라에서 나이를 깎아도 주고, 나는 빠른 인데 그럼 더 깎아주나요, 웃기지 마라 그런다고 나이 든 게 달라지는 줄 아냐 등의 미약한 갈굼을 지나 나이를 다시 먹었다가 깎았다가 그래서 결국엔 제자리인 2024년이 된 것이다. 새해 신정이 나의 직장 본체의 휴관인 관계로 작년도 그래서 올해도 나는 쉬었다. 물론 고정 휴무일이 아닌 타요..

ordinary; scene 2024.01.04

안전 제일

제목을 뭐라고 짓지 하다가, 지금 앉은 자리에서 보이는 바깥 풍경인 공사 현장에 쳐진 가림막을 보고 결정했다. 안전하다는 것은 중요하니까. 일상도 마음도 사랑도 삶도 내일도. 평일. 비록 금요일이라 휴일에 가깝다 할 수 있지만. 평일 오전 적당히 붐비는 카페의 한자리에서 커피 두 잔을 연달아 마실 수 있는 시간. 주중에 주어지는 나름의 호사. 이 일을 하고 있어 보통의 남들이 당연하게 누리는 것들 중 포기하게 된 몇몇이 있다면, 마찬가지로 이 일을 하고 있어 보통의 남들은 하지 못하는 몇몇을 누리기도 한다. 오늘 이 시간처럼. 올해가 한 달 남았다. 1201. 이쯤이긴 한데 1일을 알리 듯 오늘 아침 생리 녀석이 등장했다. 괘씸한 것. 며칠 전엔 생일이었고 예년에 비해 생일 축하 알림이 뒤늦고 적었지만,..

ordinary; scene 2023.12.01

서럽지는 않고 서글프기는 한

내 몸으로 직접 깨닫게 되는 것들이 있다. 이를테면, 나는 처방전으로 꾸려진 조제약이 아닌 약국에서 '감기몸살약 한 통 주세요' 해서 구매한 약의 약발이 더 잘 든다는 사실 같은 것들. 잘 아프지도 않고 크게 다치지도 않아서 일 년 중 병원을 찾는 일은 세 손가락만으로도 충분히 꼽을 수 있다. 나이 서른을 넘기고 한 이-삼 년 전부터 자잘한 잔병들이 생기기는 했지만(종종 체한다거나 스트레가 심하면 질염이 슬금 올라온다거나) 이마저도 병원을 찾을 정도는 아니고 하루이틀 잘 먹고 잘 자면 다 낫는다. 그냥 몸이 다시 좋아진다. 그래서인지 나는 유독 '아프다' 하는 것에 공감이 되지 않는다. 상대가, 대상이 누가 되든지 간에 이 심드렁함은 곧 상처가 된다는 걸 사회성으로 배운 터라 '척'을 한다. 내가 너의 ..

ordinary; scene 2023.11.24

하물며 모든 계절이니까

아무것도 쓸 것이 없다고 두 손 놓고 화면만 멍하니 바라보기를 한다. 무엇이라도 써야 하지 않을까 라는 불안으로 지난 메모들을 뒤적인다. 아무것도 쓰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라는 두려움으로 두 손을 일단 무작정 움직여본다. 누구에게 강요받은 것도 강제당한 것도 아님에도 혼자 초조해한다. 돈을 받는 것도 직업이 되는 것도 명예가 되는 것도 아님에도. 입김이 생겨나나 후 하고 숨을 내쉬며 곧 겨울인가 겨울이 오는 건가 당신을 당겨 실감하려 한다. 당신은 내게 겨울이고 하물며 모든 계절이니까. 하물며 모든 계절이니까.

seek; let 2023.10.20

팔월과 구월과 또는 시월에

/ 여전히 누군가를 미워하고 있다. 이건 내 잘못이 아니라 그 사람의 잘못이고 내가 미워하는 것 역시 합당하다고 학폭 가해자 같은 마인드를 갖게 되지만 어쩔 수 없다. 이건 그 사람(들) 잘못이니까. 1)그래도 애는 착해 2)착하기만 하고 일을 못하면 그건 못 된 거야 3)그래도 애는 착해의 악순환. 일과 돈이 크로스로 묶여버리니 부정적인 감정의 처리값이 쉽게 계산되지 않는다. 닮아있는 일을 십여 년째하고 있는데 이제 거의 한 지점에 다다랐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통달과 해탈의 지점이 아닌, 환멸과 포기의 지점이라는 게 약간 문제라면 문제다. 문자 그대로 배운 게 도둑질인데 이 도둑질이 싫어지면 어떡하지 평생 크게 해보지 않은 뭐 해 먹고살아야 할까 라는 생각을- 그렇다고 지금 하지도 않지만. 일을 해서 ..

ordinary; scene 2023.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