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와 간단한 시놉만 보고난 후 보고싶어진 영화였다.
어딘지 낌새가 서두르지 않으면 극장에서는 볼 수 없어질 것만 같아 평일 퇴근 후에 부랴부랴 안국역으로 갔다. 아주 오랜만에 찾은 씨네코드선재. 몇 해 전, 처음 이곳을 찾아 갈 적에는 바보같이 길을 뱅뱅 돌았었는데 그 몇 해 동안 나의 길찾기 능력은 꽤나 발달해(뭐 못믿겠지만..) 네이버 지도를 보고 미리 알아가는 이 치밀함! 껄껄 그렇게 단번에 찾아가 <문라이즈킹덤>을 보았다.
보이스카우트의 공식 왕따 고아 샘
집은 물론 학교에서도 구제불능 취급 수지
소년과 소녀는 첫 눈에 서로에게 반한다.
1년 여 동안 펜팔을 이어오던 둘. 만나기로 한다. 만나서 도망가기로 한다. 둘만의 장소를 찾아.
영화는 매우 사랑스럽다.
웨스앤더슨 감독의 영화가 대개 그러한지는 모르겠지만 씬 곳곳의 색감과 뷰가 보여지는 그 각을 세심히 다루었다는 인상이 들었다. 1960년 대의 작은 섬을 장소적 배경으로 하게 되는데 그 시대의 것들 그러니까 소품과 지형 그리고 작고 작은 배경들이 무척이나 예쁘다. 아름답다라는 수식보단 아기자기한 예쁘다라는 수식이 무척 잘 어울리는 영화다.
둘만의 장소에 도착해 야영준비를 부지런히 하고 물놀이 후 나름 깨벗은(ㅋㅋㅋㅋ) 모습으로 묵묵히 작게 흘러나오는 녹음기 음악 소리에 맞춰 막춤을 추는 장면이 있다. 종종 기분이 좋으면 집에서 엉덩이를 살랑거리곤 하는데 내 모습을 보는 임여사의 심정과 저들을 보는 내심정이 어쩌면 같겠구나 싶었다. 되게 멍청이같이 귀여웠다. 난 그냥 이상한 애같아 보였을 수 있지만.
둘의 도피는 어른들 눈엔 그저 철부지 열 두살 소년 소녀가 멋모르고 가출해 말썽을 부리는 사건 따위로 정의되지만, 둘에겐 서로가 유일했고 서로가 간절했다. 어른들에게 발각돼버려 떨어진 채 집으로 돌아간 샘과 수지. 수지는 욕조에 쪼그려 앉아 등을 닦아주는 새엄마에게 이야기한다. "우리는 서로 너무 사랑해서 같이 있고싶은 것 뿐인데"
그건 안되는거야. 그건 무리야. 우리들이 옹졸한 속내와 짓눌린 자존심의 자국을 들키지않기 위해 아득아득 긁어 포장한 지저분한 말들의 허리를 단 번에 잘라내는 한 마디.
'사랑하니까' 이 문장만큼 간결하게 모든 내적, 외적 아우성들을 잠재울 수 있는 것도 없구나 라는 생각이 그제야 다시 들었다. 마냥 아이같은 둘의 진심과 대화를 통해 감정의 꾀를 부렸던 나를 반성도 했던 시간. 영화는 곧 극장에서 내리겠지만 따뜻한 오월이 되면 한 번 더 찾아 볼 생각이다.
기억에 남는 대사 : 내 아내의 매직파워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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