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cipice o-f- Communications./

타인의 불행 앞에 나의 다행을 뒤적거리는 비겁함을 갖지 않게 하소서.

⌳ precipice,/see

Silver Linings Playbook, 2012

재이와 시옷 2013. 3. 17. 18:29






올 해 들었던 보았던 여러 편의 영화 중, 가장 좋았던 영화.
보는 동안 한 손은 주먹을 쥐고 입술 위에 댄채 시선을 조금 치켜뜨고 봤더랬다. 대사들이 또박또박 열을 맞춰 귓 속으로 들어왔고 인물들의 배경과 그들이 서있는 길가의 나무와 도로 아스팔트의 질감까지 꽤나 생생히 다가왔다.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만족감이었다.

주인공 주변 인물들의 상황과 대사들에서 동시에 생각이 고리가 열렸고, 열린 고리들이 막힘없이 이어져가면서도 눈은 계속 영상을 좇아 가던 순탄한 느낌. 문자 그대로 영화를 '잘' 보고 있구나 느껴졌다.

영화는 지나치게 따뜻하지 않았지만 그 적정의 온도 덕에 더 깊이 스밀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지금도 핸드폰에 파일을 넣어두고 왕왕 장면들을 돌려보고 있다. 브래들리 쿠퍼가 공황장애처럼 혼자만의 소음에 갇혀 당황스러워 할 적엔 가슴이 써질만큼 그가 안타까웠다. 성관계를 거부하던 자신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퇴근길 속옷을 사오다 사고로 죽은 남편에 대한 죄책으로 우울증의 치료 중심을 타인과의 섹스에 둘 수 밖에 없던 제니퍼 로렌스.
우리들은 모두 작고 큰 강박 속에 산다는 걸. 

이 영화는 솔직하고, 그래서 예쁘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 ; 내 광기를 마주할 수 있는 방법은 당신이 광기를 내뿜을 때 뿐이죠. 고마워요.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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