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었던 영화였다.
어딘지 묘하게 특정 라인 아래로 가라앉지 않는 감정선을 갖고있는 것 같다. 많지는 않지만 몇 편의 이안감독 영화를 보고난 후의 느낀 개인적인 감상이다.
파이이야기 역시 적정의 감정선을 림보걸이 어디쯤엔가 맞춰두고 그 위 아래를 넘나들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시종일관 신을 이야기하고 나를 구원한 그분의 위대함과 인간이라는 미물이 맞춰두고 걸어가야할 길에 대한 도덕적 준거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보니 그런 일련의 대사와 그것들을 내뿜는 미쟝센이 거슬릴 수 밖에 없는 사람이라면 보지않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렇게 섬세한 사람은 아니다보니 윈도우 바탕화면같은 롱테이크를 바라보며 우와우와 거리기에 바빴고 리챠드빠ㄹ커(이렇게 들린다 실제로ㅎㅎㅎ)의 생생한 수염결을 보며 '분명히 CG일텐데 실감나는구만' 하는 아동적 감상에도 빠졌다. 모쪼록 보고싶어했던만큼 보길 잘했다며 스스로 기특히 여겨주고 싶다. 혼자 보았어도 무척이나 좋은 평을 했을테지만, 긴장감 넘치는 태평양의 분노 장면에선 기댈 수 있는 옆자리가 있어 다행이라 여겼다.
심야에 버금가는 시간의 영화는 좋은 느낌을 절반 이상 안고있다. 내게 '심야영화'가 가져다주는 몇 개의 추억들이 그것들의 현실성과 긍정에 힘을 보탰다. 뼈저린 추억들도 분명하지만 그래도 그 안의 자리매김한 나의 진짜는 엄연히 나의 것이니까. 명명하다 지금도 앞으로도.
새벽 4시 이후의 빈택시를 기다리며 나누었던 그 눅진한 공기 사이를 오갔던 칼날과 봄의 대비되는 단어들을.
분명하게 기억에 남는 씬의 대사 : 그 아이 입속엔 우주가 있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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