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가 긴데 그닥 할 것이 없고, 임여사는 아부지 차를 타고 철원으로 올라가기도 해 선뜻 넓어진 거실 바닥을 두툼이와 두마리 잉여되어 뒹굴거리다 별 생각없이 툭 던졌다. '심야 영화나 보고 올까?' 걸어서 20분 거리에 극장이 있어 종종 두툼이와 심야를 보곤 하는데 오늘이 그렇게 시간을 쓰기엔 딱 좋을 것 같아 <관상> 시간을 살폈다.
나와 두툼이같은 사람들이 많은지 12시까지의 영화는 목 나가는 자리 외엔 모두 매진이라 느긋하게 25시 영화를 보기로 하고 베짱이 차림새로 집을 나섰다.
두툼이 생일이라고 콤보 쿠폰을 주어 뜻하지 않게 팝콘과 콜라까지 챙겨 들었다. 알고보는 내용은 몇가지 없었다. 러닝타임이 2시간 반 가량이라는 것과(영화를 다 보고 집에 오면 새벽 4시였다.) 조정석과 송강호가 초반 정말 그지같다는 것과(ㅋㅋㅋㅋㅋ거지 아니고 그지) 수양대군이 왕위 찬탈하는 내용이라는 것 정도?
신속하게 갑시다.
1. 김혜수 예쁘다. 너무 예쁘다. 등장하는 씬부터 여튼 마지막까지 시종일관 마냥 예쁘다. 아 너무 좋았다.
2. 음악감독이 이병우구나. 인물의 등장과 씬의 긴장 정도를 좌지우지하는 그의 편곡에 가히 놀랐다. 이래서 사람들이 이병우이병우 하는가봐요 그죠?
3. 수염 붙이고 나오니까 못나진 입매도 안 도드라지고 이정재 멋있더라. 수양대군이라는 역할에 맞게 발성을 다르게 하던데 연기 임팩트있고 보기 좋았다.
4. 이종석은 그냥 신인뿌리기 정도 느낌. (응 맞아 나 이종석 별 관심없ㅋ음ㅋ)
5. 역사를 잘 아는 사람과 함께보면 더욱 재밌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빠져나오며 두툼이에게 말했다. "집에 가면서 인물들 얘기 좀 다시 해줘" 나는 학창시절 사회와 역사에 무척 취약했던 반면, 두툼이는 사회와 역사에 능했다. 걸어가면서 인물 한 명, 한 명의 드러나지 않은 이야기를 다시 듣고 사건과 사건의 연계를 다시 이어붙이고 나니 더 그럴싸한 감상이 머릿 속에 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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