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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불행 앞에 나의 다행을 뒤적거리는 비겁함을 갖지 않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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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 : 괴물을 삼킨 아이, 2013

재이와 시옷 2013. 10. 24. 20:41

 

 

 

 

 

 

 

- 퇴근 후 맥주 한 잔 할까 라는 팀장님의 제안을 무참히 뒤로 넘기고 종로 피카디리 롯데시네마로 갔다. 내게 종로는 조금 그런 느낌이다. 어딘지 항상 낡아있는 느낌. 스타벅스, 맥도날드, 하물며 한 블럭 너머 롯데리아까지, 그리고 유니클로 등등 번화한 거리의 네온사인은 언제나 휘황하지만 내게 종로는 언제나 변함없이 낡아서 바랜 갱지 질감이다. 거리가 지저분해서 일까 모르겠다. 그냥 그 공간이 주는 기분이라는 게 매번 그렇다.

 

- 힘을 뺀 김윤석의 연기. 라는 평을 곳곳에서 보았다. 처음 그 감상의 첫 줄을 보았을 땐, 이토록 감정 전달이 확고한데 왜 힘을 뺐다고 표현하며 그의 연기를 자뭇 깎아내리나 의아했는데 곰곰 씹어보니, <화이>에서의 김윤석은 '목소리의 단조가 없는 <황해>의 뼈다구 아저씨.ver' 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웃음기가 빠진 <남쪽으로 튀어>의 그 익살스러운 아빠' 같거나. 

 

- 모두가 이 영화에서 여진구의 미래를 발견한 듯 싶다.

 

- 열일곱살이라는 청소년기 남자애의 목소리가 이래도 괜찮은건가 싶은 고심. 설레면 철컹철컹하는 거잖아.

 

- 조진웅은 그 영화의 그 배역을 보는 것 같았다. 그 제목이 뭐더라. 조한선과 안성기가 나오고 부자(父子)사이며 경찰이 배경인. 참나 영화 제목 빼고 다 아는 것 같네. 아무튼 그 영화에서처럼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어쩐지 개죽음 당할 상인데..' 싶더니만.

 

- 무기전문인 젊은 아빠가 창고에서 시멘트 가루 허옇게 뒤집어 쓰고 비틀비틀 밖으로 걸어나오는 장면에서 본의아니게 섹시하다 느껴버린 나란 사람. 나는 잘못이 없지.

 

- 19세 관람가 인 줄도 티켓팅하며 알았다. 꿀렁꿀렁 잔인하더라.

 

- 박용우의 찰진 욕을 오랜만에 들어 반가웠다. 박용우의 씨발은 소리 그대로 '씌이봘' 촥촥 감겨 들린다. 상스럽고 싸구려스러운데 잘 어울린다.

 

- 박용우 입에 총구 욱여넣고 양아치 돋게 대사 뱉던 그 배우. 내가 알아본 바가 맞다면, 영화 <건축학개론>의 쓰레기선배! 연기 잘 하더라. 정말 '쌩'양아치 같았다. 요즘 필모가 풍부해지고 있는 것 같다.

 

- 영화가 끝나고 '여진구가 김윤석의 친아들인 것 아니냐' 믿어버리는 사람들이 왜 이리도 많은지 의아스럽다. 이렇게 이해의 핀이 다르구나 무심히 넘겨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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