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이에게 롯데시네마 무료 관람권 한 장을 받았다.
주말 식사를 끝낸 후였고, '너는 혼자서도 영화 보러 잘 가니까' 라는 이유가 앞에 붙어 내밀어진 표였다. 고맙다고 인사를 건내며, 분명 가까운 시일내에 이 표가 쓰여질 것이라는 걸 알았다.
유효기간이 7월 31일 까지였다. 표를 건내받은 즈음이 그와 거의 비슷했던 것 같은데, 파우치에서 아무렇지 않게 꺼낸 표에 적힌 유효기간에 화들짝 놀라 급하게 예매를 하고 극장을 찾앗다.
(나중에 다시 보니 유효기간은 2014년 7월 31일이었다. 핳핳핳핳하하하하)
8월 1일 개봉이었던 <더 테러 라이브>는 다행스럽게도 31일 우선 개봉을 한 상태였다.
퍼시픽림을 디지털로나마 한 번 더 보고 싶었지만, 그 시점엔 극장에서 모두 철수한 뒤였다. 한 발 늦었음을 통탄하기엔 왜 그 영화를 굳이 두번이'나' 보는 것이냐며 비아냥 섞인 이들의 소리가 높아 그저 침묵하고 있었다. 쳇, 늬들이 로봇을 아니?! 응?!
아무튼, 운동을 다녀온 두툼이에게 일러 시간 맞춰 종로에서 보기로 하고, 퇴근 시간을 사무실에서 밍기적밍기적 조금 늘려 뒤뚱뒤뚱 극장을 찾았다.
나는 그 순간이 좋다.
사위가 깜깜한 그 극장 가운데 앉아있을 때에, 약 십여분에 달하는 광고가 끝나고 본격 영화 상영을 알리듯 스크린의 크기가 아래위로는 낮아지고 좌우로는 넓어지는 그 때. 나는 그 때가 참 좋더라 언제라도.
<더 테러 라이브>는 오락 영화다.
스릴러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극중 배역의 대사 처리와 조금 오버된 액션들로 그것이 아님이 설핏 드러난다. 마냥 무겁지만은 않게 사회적 이슈와 우리들이 생각해 볼 바에 대해 툭툭 던져놓고 있다. 진짜 테러라는 것이 어떤 건지, 사회적으로 문제 되고 있는 모든 사건들의 궁극적 원인에 대해 개인들은 생각해본 적이 있었는지, 그 사건이 종내 마무리 되었을 때에 우리들은 그것을 어떻게 기억하는지, 그 사건의 주인공들은 일반인들에게 어떻게 기억되는지 등등 가벼움과 진중함의 경계를 오가며 생각해볼 거리를 턱턱 잘도 던져준다. 그런데 그 건냄이 거북하지 않아서 충분히 생각에 빠져볼 수 있다. 그것이 이 영화가 노린 어떤 것 중에 하나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헐리우드 진출은 한 순간도 생각에서 내려놓은 적 없다고 인터뷰 한 하정우의 대찬 인터뷰 기사를 읽고, 이 영화를 보고 생각했다.
하정우 라는 사람이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한 데에 대해 감사하고 싶었다. 그의 연기를 지금, 볼 수 있고 앞으로도 스크린을 찾아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싶었다. 그만큼 하정우의 연기는 단연 뛰어났다. 더 뛰어날 수 있음이 느껴지는 영화였다.
약 100여분의 러닝타임. 그는 분명한 '윤영화'였다. 그 사실과 가상이 실로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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