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야.
오늘은 제법 겨울의 복판이라 할 수 있을 만큼이지 싶어. 기온이 영하 13도로 떨어졌고, 이틀 뒤엔 해를 표기하는 숫자가 달라지니까. 2020년 12월 30일. 오늘은 수요일이고.
반듯하게 각을 잡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나의 낱말들을 옮겨 적는 일이 수년 만이라.
기념할 만큼 대수로운 것도 아니고 그에 따라 설레고 수줍은 감도 전혀 없는데 그동안 왜 그리 번듯한 글이라도 적어야 할 것처럼 머뭇거렸던지 모르겠네. 이곳에 찾아오는 이가 누구라고, 누가 나의 마음들을, 낱말들을 들여다본다고, 기다린다고. 속으로는 으스대기라도 했던지 [글쓰기] 버튼을 찾아 누르는 그 품새가 영 별 거 없었어. 그냥 별 일 아닌 건데.
오가는 사람 드문 거리를 몇 분 지켜보다가 부러 챙겨 온 일기를 꺼내서 아무 말이나 적어봤는데, 결국은 당신을 이루는 말들이야. 나의 겨울이 늘 그랬어서. 어떻게 시작하고 어떻게 끝맺는지 십 년쯤이 되니 유년의 기억들은 까마득해. 그땐 그 어린 날의 기분으로 한겨울을 즐겼겠지. 설레하고 들뜨고 나른해하면서.
서른세 살의 겨울은 십 년 전과 마찬가지로 춥고 외롭고 슬퍼. 당신을 떠올리면 언제나 슬픈데 겨울엔 참 슬프며 더구나 아파. 실제 상처라도 나는 것처럼 시큰하고 아려. 가슴깨가 꾹 저려서 매번 눈물이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아. 어떻게 배운다고 배운 게 이 정도야. 익숙해진다고 암기한 게 이 정도라고. 열 번째 겨울인데도 이게 전부네.
나는 여전히 내 우울을 전시하고 싶은가 봐.
사랑하는 이를 곁에 두고도 이런 공허를 가진 내가 혐오스럽지 않아. 어쩔 수 없는 거라 생각해. 누구의 이해를 바라는 게 아닌 이미 스스로 납득해 버린 일이야. 그래서 더 내게 묻고 싶지 않고 추궁하고 싶지도 않아. 언제일지 모를 엄마의 죽음 뒤에 나의 삶이 마찬가지로 사라져 버릴 것을 나는 내게 선언했고 그 다짐들은 지켜질 거야. 나의 유일한 구원이, 안락이 존재하지 않는 이후의 일상이, 어떻게 일상으로 불려질 수 있겠어. 지금도 현실 같은 지옥을 배회하는데 구원이 사라진 진짜 지옥을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나를 이루는 사람아.
왜 어쩌다.
왜.
왜 그랬지.
왜 그랬어야 했지.
당신은 여름을 닮은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어쩜 겨울에 태어나 겨울에 떠났을까.
모두 두고 떠났을까. 내 마음도 나도 모두 두고. 분명 당신이 다 두고 떠났는데 왜 나는 내가 아닐까. 왜 나로 살아지지 못할까. 두고 갔으니 주섬주섬 주워 들어 삼키면 내가 되어야 하는 건데 왜 나는 계속 내가 아닌 걸까. 나도 같이 가져간 것 같아 당신이. 그래서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
보고 싶다는 말을 어떻게든 길게 늘여 말해도 닿지를 않아. 당신에게 한 번도 닿지 못한 것 같아. 나는 지옥이고 당신은 천국에 있어서 닿지 않나 보다. 그럼 어디에 얘기를 하나. 어디에 대고 손을 둥글게 말아 소리칠까.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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