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cipice o-f- Communications./

타인의 불행 앞에 나의 다행을 뒤적거리는 비겁함을 갖지 않게 하소서.

seek; let

into your arms

재이와 시옷 2021. 1. 21. 18:33

잠기면 좋겠어.

아래로 한참 가라앉아서 무언가로 덮여 잠겼으면 좋겠어.

 

 

비가 와.

늦은 오후에 떨어지기 시작해서 차츰 길을 적시고 있어. 줄기가 굵지 않았는데도 내리는 모양새에 퍽 군기가 들었던지 사위가 금세 젖었어. 퇴근길까지도 비가 내릴 것 같아. 지금 이 글을 쓰는데, 마치 당신에게 읽어주듯이 소리 내 문장들을 읽고 있는 나야. 듣고 있는 게 아닐 텐데. 듣고 있었다면 이렇게 답이 없을 수도 없잖아.

투정이 부리고 싶은 건지 하소연이 하고 싶은 건지 화를 내고 싶은 건지 모두 다 아니라면 그냥 그냥 믿고 싶은 것 같아. 아니 믿기 싫은 것 같아. 

 

 

어김없다 정말.

일 월이면 어김없이 절망에 잠기는 내가 어처구니가 없어.

당신의 부모를 가엽다고 생각해. 지난 연인밖에 되지 못하는 내 주제로도 이런 고통을 앓는데 당신의 부모는 어떨까 얼마 큼일까. 가늠이 안돼. 모두 일상을 살아내느라 당신을 감정의 뒤란에 처박아둬도 그렇게들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도 당신의 부모만큼은 아닐 거 아니야. 내 주제가 이 정도면 그분들은. 너무 불쌍해. 우리가 너무 불쌍해.

 

 

 

생생히 안아봤으면 좋겠어.

꽉 끌어안아봤으면 좋겠어.

그냥 안고 싶어,

아주 잠시라도 온기를 가진 당신을 단 한 번만 조금 더 욕심을 내서 길게 안아봤으면 좋겠어.

정말 불공평해. 정말이지 너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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