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cipice o-f- Communications./

타인의 불행 앞에 나의 다행을 뒤적거리는 비겁함을 갖지 않게 하소서.

seek; let

12_생일

재이와 시옷 2014. 12. 5. 03:50

 

 

생일 축하해.
생일 축하해요.

 

 

 

기억들에게 되물어 보는 빈도가 잦아졌다. 그만큼 시간이 흐른 탓도, 또 그만큼 당신으로부터 내가 무뎌진 탓도 있을 거다. 반말과 높임말을 내 멋대로 섞어 사용했었지. 내 마음 가는 대로 그렇게 억지스럽고 우악스럽게 굴었는데 어떻게 당신은 내 곁에, 언제는 저 떨어진 발치에 오래 머물러 있었을까.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사랑이었겠지. 그것 외에는 무엇으로도 설명이 되지 않으니까. 분명하고 정확한 사랑이었을 테지. 뒤늦은 감사, 뒤늦은 후회, 뒤늦은 사랑. 
언제나 당신보다 박자가 느린 나는 이렇게 엉금엉금 뒤를 쫓는다. 감사도 후회도 모두 담은 사랑까지. 

 

 

 

아직도 불쑥불쑥 눈물이 난다. 정말이지 불쑥.
어느 밤엔, 어두운 당신 사진을 밝게 명도를 끌어올려 다시 보았는데, 프레임 안 당신 웃음이 무척이나 해사해서, 그게 그렇게 눈이 부셔서 다시 불쑥 눈물이 났다. 웃음이 예쁘던 당신이라는 걸 내가 잠시 잊고 있었는가 보다 하며 오래오래 그 사진을 들여다봤다. 사진 속 눈동자에 내 눈을 맞추고 따라도 웃어 보았다. 겨울의 안부를 묻고 당신 있을 그곳의 안부를 물었다. 돌아오지 않는 영영의 그 침묵도 이제는 익숙해서 실제적인 아픔으로 가슴팍이 욱신거렸지만 그런대로 부여잡고 마음속으로 한 음절씩 떼었다. 잘 있느냐고.
오늘은 당신의 생일이다. 예견된 사무침 앞에서 나는 말을 잃는다. 

 

 

 

생일 축하해. 
생일 축하해요.

 

 

 

보고 싶어요.
많이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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