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왈칵 쏟아지던 밤이 있었다.
지금에 와 생각해보면 왜 그랬지 싶은데도 그 밤엔 속절없이 그냥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고개 숙여 물방울을 바닥으로 떨궈내면서도 입 밖으로 비집고 나온 말들이라곤 고작 '슬퍼. 너무 슬퍼.' 뿐이었다. 거의 엉엉 소리에 가깝게 흐느끼며 십여 분을 택시정류장에 앉아 울었다. 왜 이렇게 슬픈지 모르겠다가도 이렇게 슬프면 안 되는 것 같다가도 왜 나는 계속 슬퍼야 하는지가 억울해서 모든 정의되지 않은 마음과 생각들이 한 데 뭉쳐져 눈물로 떨어졌다. 슬퍼서, 마음이 슬퍼서 그렇게 울었다.
몇 년 전일까.
스물 여섯이었나 다섯이었나. 그쯤엔 머쓱하더라도 위로해달라 조를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 말이 떨어지질 않는다. 나이만 차곡차곡 찼지 나는 크게 달라진 게 없는데, 나이처럼 지금의 나로 쌓아 온 여러 것들이 그런 떼는 써서 안된다고 소리 없이 종용한다. 나는 정말이지 똑같은데. 그때도 지금도 감정적으로 별 볼 일 없는 것이 똑같은데도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그래서 억울한 것 같다. 왕왕 떼를 쓰고 대가 없는 위로를 받고 큰 몸을 웅그려 안기고 아기 재우듯 등을 토닥여 달라 하고 싶은데 그렇게 못하니까. 안 된다고 하니까.
위로 티켓이 있다면 다를까.
'지금 당장은 아닌데 조만간 최소 이만큼의 위로는 필요할 것 같아서요. 미리 대기를 걸어두려 하는데 어느정도 기다리면 될까요?'
'대기 번호 순서대로 인가요? 중간에 위로 취소가 발생하면 제 순서가 앞당겨지기도 하나요?'
'위로가 필요 없어지면 따로 연락드리면 될까요? 그럼 제 뒤에 분께 순서가 넘어가는 건가요?'
'지난번 위로가 이제까지 받던 위로와는 달리 좀 불쾌했는데요, 이번엔 조금 더 신경써 주셨으면 좋겠어요.'
'위로 감사합니다. 또 이용할게요. 수고하세요.'
이해 가능한, 설명 가능한 아픔과 슬픔이라는 전제 조건이 있네. 그럼 나는 안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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