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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가 되어도 고통과 죽음으로부터 분리될 수 없다는 사실을 낱낱이 느껴간다. 쉬운 일이 하나 없어서 연일 나의 감정을 할퀴고 흔들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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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적인 자기환멸. 불안 앞에 도리질하며 이 밤, 또다시 걸려 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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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의 대상이 잘못됐다는 걸 분명 느끼는데도, 제멋대로 분출대는 모양새를 누그러뜨릴 수가 없다. 상처주게 될 거라며 벌써 미안함을 빚지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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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만 안마셔도 빠듯하지만 모자라지는 않을텐데, 그것마저 포기하고 양보하고나면 내 삶은 분명 척락해질 것이다. 꾀죄죄한 여유를 얻느니 반질반질한 궁핍을 택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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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상의 마음인거야.' 라는 대답 앞에 내색할 순 없었지만 힘껏 고꾸라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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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지 않고 스쳐갈 수도 있었는데, 사랑일지도 모른다고 걸음을 멈춰 준 그사람이 정녕 고맙다고.'
2020.12.20. 더하는 이야기.
책 <모순>, 양귀자 저.
양귀자의 소설을 두달 전에 처음 읽었는데, 그것도 <모순>이 아닌 다른 책이었다. 6년 전의 나는 위 글귀를 어디서 봤던걸까. 어디서 보고 마음이 걸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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벅차도 이게 삶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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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가볍게 쓰면 여러모로 편하다. 진중함을 덜어내라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감당할 수 있고 괴롭지 않을 범위까지만 슬쩍 내려놓는게 좋다는 얘기다. 이게 그렇게도 어려워 많은 길을 돌고 돌았다. 스스로에게 드는 채찍의 무게는 견딜 수 있는 정도의 중량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채찍질이 끝난 후에도 수차례 주저앉게 된다. 오래 또 힘겹게 나를 몰아세우지 않아도 된다.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직 절망의 냄새를 품은 내가 하기엔 우스운 위로겠지만, 이 우스운 위로마저 기다렸을 이가 있을거란 생각이다. 절망이 더욱 짙던 때의 내가 그토록 바랐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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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저 사랑하시면 돼요. 밑질 거 없잖아요, 분명 제가 더 사랑하는데.'
2020.12.20. 더하는 이야기.
6년 전 트위터에 적어놨던 한아름의 문장들 중, 내가 적어놓고도 마음이 스스로 울리는 여럿 문장들을 이 공간에 옮겨놓고 있다. 그 과정 중에 대사인지 책의 한 줄이었는지 모를 위의 말에 멈칫해서 출처가 어디인가 찾아보니. 그쯤 방영했던 드라마 [밀회] 에서 극중 유아인의 대사였다.
어떻게 알까. 아니, 모르는 게 이상한 걸까. '더' 사랑하는 쪽이 있고, 당사자는 그게 본인이라는 걸 당연히 아는걸까. 그런거겠지. 확신에 차 말할 수 있다니. 사랑한다고 내가 너보다 '더' 사랑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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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난받기를 원치 않으면서 무례해지는 데엔 가벼웠던 기억들이 있다. 뱉어진 말을 주워담을 수 없어 오래 생각한 말인냥 입을 꾹 다물고 진심인 듯 꾸며 상처를 줬다. 상처받은 기억보다, 상처 준 기억들이 보다 또렷해 마음이 아파지는 밤이 잦아지는 걸 보면 내가 조금은 자라나고 있는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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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군가의 기적이 될 수 없다.
구원이라는 착각은 맘대로일 수 있지만.
내가 너의 위로도, 구원도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까지 우리는 참 많이도 먼 길을 돌았다.
'결국'에 도착하기까지 나의 또는 너의 많은 것들을 잃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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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겁한 고백에 이은 견고한 진심에 나는 다시 휘청이기로 했다. 내 마음이 그렇게 되었다.
눈꺼풀에 입술을 얹고 우리는 불온한 희망을 읊지.
세상에 사랑은 있을지라도 구원은 없다고.
허나, 그렇다한들 우리는 마지막까지 그 허망한 믿음에 기대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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