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팍한 문 가운데 두고 속으로 삼킨 눈물이 많았다.
운동을 다녀와 종일 요리를 했다. 엄마의 퇴근에 맞춰 함께 공원을 걸었다. 눈이 나쁜 나는 저멀리 걸어오는 그림자의 주인을 바로 알아보지 못했다. 먼저 꺄르르 웃음이 터진 엄마가 내게 바삐 다가왔다. 그 순간이 바보같이 눈물겨웠다.
늘 나를 먼저 알아 볼 사람.
잘 있는 듯 안심시켜야 하는 이가 늘어난다는 것은, 어쩌면 참 피곤한 일이다. 고단한 마음의 무게들.
나는 사실 나를 포기해주었으면 좋겠어요. 당신이, 그리고 이 세계가.
빤히 쳐다보기에 왜 그러냐 물으니 '예뻐서' 라고 대답한다.
엄마는 술 적당히 마시고 일찍 들어오라고 했다.
그래서 술을 적당히 마시고 아침 일찍 들어갔다.
엄마는 돈은 버는 것보다 쓰는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돈을 다 썼다.
당신의 딸로 태어남에 있어 단 한 번 부끄럽고 후회스러웠던 적 없지만,
당신이 나의 부모로 태어나 부끄럽고 후회했을까봐. 그 심정 헤아릴 길이 없어 마음이 까맣게 탄다.
엄마 마실 커피를 내리기 위해 느릿한 몸짓을 하다가 우두커니 선 채 아무것도 못했다.
엄마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슬픔,이 아니라 엄마이기에 말 할 수 없는 슬픔,이란 사실이 다시 더 힘겹다. 세상이 아니라 내가 문제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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