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많이 마셨다.
무엇이 부족했는지, 간절했는지 두 달의 금주 기간을 스스로 마치며 기다렸다는 듯이 '11월이니까' 라는 명분을 앞세워 이해받지 못할 것이 뻔한데도 아랑곳 않고 술을 많이 마셨다. 다시 잠을 곧게 자지 못하는 시기가 왔다. 아침에도 낮에도 새벽에도 깨어 있고 잠에 드는 불온전한 주기.
어머니와 긴 이별을 한 친구를 안아주고 돌아왔던 날.
먼저 문자를 적어낼 수 없는 나를 읽기라도 한 듯, 저 멀리서 먼저 날아 온 연락. 간지러운 곳을 다 알고 있어 쿡쿡 찌르며 다름없는 온도로 곁에서 장난을 꾸민다. 왜 전화했었어 라는 너의 질문에 '그냥 했겠지 뭐' 어영부영 대답의 끝을 흐리면 그 말이 무어 귀여운지 두 볼을 한 손으로 잡고 누르며 어린아이 얼르 듯한다. 오랜 시간, 오래된 시간으로 쌓고 겹쳐 만들어 온 애정의 결을 서로 다독인다.
요즘 참 너의 표정이 자주 떠올랐다. 내 앞에 앉아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하며 눈물 보이던 그 연약한 표정이. 완전히는 아무도 없겠지만 그나마 온전히 라는 표현을 빌리면 그게 아마 너이지 않을까 생각되던 요즘이었다.
네게 항상 고맙다고 말했다. 너는 너의 눈물을 기억하지 못했지만 그런 너를 개의치 않고 그저 항상 고맙다고 말했다. 무드를 진작에 말아먹은 너는 '난 가끔 고마워' 라고 답했다. 참 너답게.
부족한 것은 없지만 채워진 것 또한 없다. 정도가 없어 가늠할 수 없다. '아마 이쯤이지 않을까' 하는 심연의 눈금을 스스로 그어 볼 뿐. 온도가 그립다. 온도만이 필요하다. 크기는 상관없으니 깊이로 안아주었으면 하는 바람. '나 꽉 끌어안아 줘.' 그런 말도 할 줄 아냐며 놀리는 듯하더니 잠시 숨이 쉬어지지 않을 만큼 세게 크게 안아주었다. 울컥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사실 만나자마자 안아달라고 말하려고 했어. 그런데 내 손에 짐이 너무 많더라고. 그래서 말 못 했어. '마음 안 좋았구나. 마음 안 좋았던 날이었구나.' 숨이 다시 멈췄다. 그리고 등에서 울리는 리듬. 도닥도닥. 괜찮아 라고 말해주지 않아 오히려 다행이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아 차라리 위안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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