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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불행 앞에 나의 다행을 뒤적거리는 비겁함을 갖지 않게 하소서.

ordinary; scene

1차원이 되고 싶어

재이와 시옷 2021. 11. 19. 15:43

 

 

 

"나는 어릴 적부터 천장이 무서웠다."
"왜?"
"그냥 막막하잖아. 얼마나 많은 밤이 지나야 이 삶이 끝나게 될지, 자꾸만 아득해질 때면 천장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와서 나를 짓눌러버릴 것만 같았거든. 영원히 이 순간이 계속될 것만 같아서 숨도 못 쉴 듯한 공포감이 밀려와. 손가락도 발가락도 움직일 수 없고."
"그럴 땐 너 스스로를 점이라고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점?"
"응. 점과 점이 이어지면 선분이고, 선분 네 개가 만난 게 천장이잖아. 지금 네 눈앞에 있는 건 이 방에 있는 여섯 개의 면 중 하나에 불과하다 생각해버리는 거지."
"잘 생각해 봐. 원래 너무 멀고 너무 큰 걸 생각하면 누구나 다 질리게 돼 있어. 나도 밤하늘을 보면 그래. 이 넓은 우주 속, 저 많은 별들 중의 하나인 우리가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지 자꾸만 생각하게 되고. 그럴 때면 그냥 다 하나의 점에 불과하다고 생각해버리는 거지. 저 별도 지구도, 나도 그냥 다 점이다. 좆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다."
"아니면 천장 말고 창문 너머의 세계를 떠올려봐. 거기에 내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너랑 나를 연결하면 또다른 선이고, 천장 너머의 또다른 세계가 만들어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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