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cipice o-f- Communications./

타인의 불행 앞에 나의 다행을 뒤적거리는 비겁함을 갖지 않게 하소서.

(precipice;__)

띄엄띄엄

재이와 시옷 2013. 3. 11. 17:14

사진과 함께 풀어보는 띄엄띄엄의 기록입니다.
이렇게 얘기하니 마치 EBS같군요(아님 말고)





춘삼월과 함께 우리집 두툼이는 백수가 되었습니다.
백수의 자존감은 어디에서 발현되는가. 그것은 살.림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했으니 오십 넘은 임여사도 생산활동을 하며 자본주의에 허리를 굽히는데 어딜 스물 여덟 사지 멀쩡한 총각이 가만히 시간을 놀리고 있겠소. 돈을 벌어오지 아니하다면 살림을 깨끗하게 꾸려나가야지 암. 그런 깨달음이 스스로도 들었는지 갑자기 도시락을 본인이 싸 주겠다고.

개인적으로 잡채를 사랑합니다.
한 사람을 생각하며 재료를 고르고, 손질하고, 불 앞에 서서 정성스레 팬을 돌리고 칼질을 하는 일련의 그 과정과 시간을 사랑합니다. 그만큼 정성어리게 수줍지만 진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잡채는 특히나 손이 많이 갑니다. 들어가는 모든 채소들을 가지런히 채썰어야 하고 익는 점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개별로 볶아내야 합니다. 당면은 미리 물에 담궈놔야 하고 양념 또한 간장을 한 번 끓여 준비합니다. 뜨겁게 볶아 익힌 재료와 당면을 한 데 넣고 뜨거운 김이 식을새라 슥슥 감칠나게 비벼내야 하지요. 

명절이 되면 잡채잡채 노래를 불렀습니다. 노래노래 불러도 해주지 않는 것이 잡채입니다. 그런데 별안간 이번 명절에는 임여사가 잡채를 해주었습니다. 무려 소고기가 들어간. 그 때 양념장은 두툼이가 만들었었는데 간이 까다로운 내가 군소리없이 잘먹는 것을 보니 꽤나 뿌듯했는가 봅니다. 시간도 많고하니 도시락으로 잡채밥을 싸주겠다고 했으니까요.

아부지는 약주를 진하게 드신 날에 얘기하십니다. 느이 오빠가 다른 직업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고등학교 가면서 요리한다고 했을 때 반대하지 않았던 자신이 밉다고. 여름이면 그 뜨거운 불 앞에서 땀흘려가며 좋지않은 손목으로 고생하는 느이 오빠를 떠올리면 그렇게 마음이 아프다고. 
아이참 주책이야 우리 아부지도.

난 그래도 두툼이가 요리하는게 좋습니다.
친구들에게, 선배들에게, 회사 사람들에게 등등 '아, 우리 오빠는 요리해' 라고 말할 때의 그 의기양양함을 두툼이가 조금은 알아줘야할텐데 말이죠. 허구헌날 나한테 잔소리 듣기 바빠 그럴 틈이 없다는 것을 알지마는.

얘기가 엄청 길어졌습니다.
저 사진은 그러니까 두툼이가 만들어준 잡채덮밥 도시락입니다.






에그머니 반대쪽으로 열어야 하는데 & ㅋㅋㅋㅋㅋㅋㅋ방이 엉망진창이군요 정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 달에 한 번씩 '독서토론' 이라는 것을 회사에서 합니다.
집중되어야 할 주제별로 팀을 나누고 각 팀에 해당되는 도서목록을 연단위로 매겨 구매합니다. 그 중 매월 한 권을 선정하여 발제자가 책을 읽은 후 주제를 고르고 그 주제에 대해 팀원들과 함께 토론. 토론내용을 종합하여 전체 독서토론 회의에서 PT.
내가 회장으로 속한 독서토론조의 인원은 다섯명. 1인 2만원까지의 식사금 제한. 정팀장님 외근과 이과장님 미팅으로 인해 3인이서 10만원 할당. 오예. 점심으로 피자와 파스타를 배터지게 먹고서 직장인 허세의 온상지, 스타벅스에서 그린티에스프레소 무려 그란데로. 기념하려고 찍었습니다. 찍고보니 찌질한 것 같이 느껴지는 것은 기분 탓이겠죠.






크으- 사진 죽이네예.
지난주 금요일에 쏘를 만났습니다. 엄연하고 어엿한 직장여성 둘. 몇 달만에 보는군요. 분기결산이라도 하듯 소맥을 벌컥벌컥. 빨간양념 곱창을 부르짖는 나때문에 종로5가 신진시장에서 곱창을 먹고(기대보다 못한 맛이어서 나름 실망을 했습니다.) 바로 옆으로 걸어걸어서 광장시장으로 갔습니다.
2차로 먹기에 딱 좋은 양의 엄청나게 맛있는 육회 한 접시가 만 이천원! 아, 감동이었습니다. 또 가야지. 







이대역 근처에 있는 나만의 라멘 맛집입니다. 나역시 소개로 알게된 곳임에도 쉿쉿하며 몰래몰래 좋아하는 사람들과 꼭 한 번씩 가고싶은 곳. 사진에 있는 것은 돈코츠 야사이 미소 라멘. 저것보다 베이스가 된장국물이 아닌 사골국물로 된 것이 더 감칠맛나고 맛났습니다.




먹는 얘기밖에 없군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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