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cipice o-f- Communications./

타인의 불행 앞에 나의 다행을 뒤적거리는 비겁함을 갖지 않게 하소서.

⌳ precipice,

하루 더하고 하루

재이와 시옷 2013. 3. 31. 21:45





뿌린대로 걷는 날, 이라고 하더라.
발렌타인데이를 맞았던 팀 막내인 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아, 뭔가 해야할 것 같기는 한데 직접 초콜렛을 만드는 그런 수고는 절대 하고싶지 아니하고 이를 어쩐담. 하는 고뇌에 빠졌을 때 나를 구원해준 사회에 먼저 나간 나의 친구들. 혜자와 수박이는 친히 정답을 알려주었다. "페레로로쉐 그 몇개 묶인 거 사서 돌리면 돼. 돌린만큼 한 달 뒤에 다시 돌려받을 거야."
세 개 묶음으로 되어있는 것으로 서른 개를 사기엔 자금이 후달려 우리팀 것만 다섯개 묶음인 것으로 네 개를 사고, 나머지는 그냥 낱개로 묶어버렸다. 그러고는 2월 14일 당일엔 사무실을 뽈뽈 돌아다니며 '맛있게 드세요' 라는 멘트와 함께 모두의 손에 페레로로쉐 '한 개' 를 꼬옥 쥐어주었다.
손을 잡아오는 것에 놀라는 것이 한 번, 진짜 한 개만 있는 것에 놀라는 것이 두 번. 그래도 귀엽기는 했던지 3월 14일엔 저만큼이 돌아오더라. (오후에 받은 몇개가 더 있는데 아침 출근 직 후 책상에 올려진 것만을 찍으니 저만큼) 팀장님은 본인이 깜빡해 놓으시곤 차별화를 꾀하는 것이라며 커피를 사주시겠다고 하셨다. 그러곤 이제 4월이 되지. 왜죠.




대학로 어느 골목에 있던 깐부치킨.
길거리에서 처음으로 회오리 감자를 먹고 저녁은 무엇을 먹나 고민하던 때에 픽- 스치며 지나가는 욕구 한 줄. '음 치킨이 먹고싶은데 치킨치킨 노래를 부르면 치킨에 환장한 먹보같겠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숨죽여 메뉴를 고르는 과정을 묵묵히 바라보자니 돌아오는 대답이라는 것이, "치킨이 먹고 싶은데 말이지" 오! 그럼 사양않고 나의 치킨욕망을 터뜨려 보겠어요. 하하하.
깐부치킨 이라는 곳에서 먹은 마늘구이통닭. 튀김옷 때문에 입천장이 까지는 것이 싫어 어지간하면 구운 닭을 좋아하는데 마늘도 좋아하는 지라, 튀겨진 마늘에 버무려져서 나오는건가 오 맛있겠는걸- 하고 주문을 하니 진짜 생(生)마늘 갈아진 것이 토핑처럼 올려져 나오더라. 당황.



먹는 얘기들만 적고 있다보면 실로 솔직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허영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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