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cipice o-f- Communications./

타인의 불행 앞에 나의 다행을 뒤적거리는 비겁함을 갖지 않게 하소서.

⌳ (14) 그렇게 그런 일들 35

과잉의 십 이 월

십 일 월엔 생일이 있었다. 달이 끝날 즈음 날이 위치하다보니 자연스레 뒤늦은 축하들을 달을 넘겨 받곤 했다. 올해는 유독 받은 것들이 많은 생일을 보냈다. 생각도 못한 마음들이 정직하게 또 예쁘게 다가왔다. 그래서 무척이나 고맙고 감사했다. 지난 이야기들을 남겨놓은 사진들과 함께 기록해둔다. 나의 십 이 월이 이렇게나 과잉이었다고. 넘치듯 좋았노라고. 딸기맛 기호식품을 좋아하지 않는다. 딸기는 그저 딸기일 때 아름답다. 맛도 제일 좋고. 겨울에 생딸기를 원없이 먹는 사람만큼 부러운 사람이 또 있을까. 아무튼 딸기맛 우유라니, 나로서는 일 년에 두 번이나 찾아 먹을까 한 그런 음료다. 이 날은 임여사와 아침 목욕을 마치고 먼저 집에 가는 길이었는데 사우나에 이날 따라 뚱땡이 바나나 우유는 없고 뚱땡이 딸..

온도가 간절했는지

/ 나의 오랜 친구. 연애 중인 그녀는 요즘 애정관계에서의 고민이 많은지 도통 마시지 않던 술을 마시고 있다. 뭐 나야 죽마고우와 그토록 좋아하는 술을 함께 마실 수 있으니 환영할 일이긴 하다만, 자고로 술은 기쁜 일로 마셔야 더 맛있는 법인데 녀석의 최근 음주 목적은 '으잌 빡 쳐. 증말.' 분노의 해소이기 때문에 함께 잔을 부딪히면서도 마음이 쓰일 수 밖에 없다. 언제나 나의 소중한 이들의 안녕과 행복을 바라는 나와 우리들이기 때문에, 깊게 들어주고 크게 공감하며 꾸짖어야 하는 일은 굳이 덮지 않는다. 모쪼록 잘 하겠지 라는 생각으로 묵묵히 허나 멀지 않은 곳에 있어준다. 애인이 있음에도 왜 너는 나와 평화와 치유의 상징 러버덕을 보러 가는가. 11월 14일 이후 석촌호수에서 철수했다고 하니 이제는 ..

늦여름의 우리

/ 내 사진은 물론 지인과 함께 찍은 사진들도 업로딩을 한참 피해왔는데, 위 사진은 오래오래 이 서버의 데이터로나마 간직하고 싶어서 이렇게 페이지 한 장을 꾸린다. / 나의 오랜 친구들. / 혜자의 애인을 소개받는 날이었다. 몇 달이 되지 않은 관계였지만 나와 할매에게 소개해 주고 싶다 했다. 각자의 삶이 바빠 자주 얼굴 보는 것도 힘든 우리는 시간을 맞췄다. 8월의 마지막 주 일요일. 아마도 8월 31일. 마지막 더위가 있는 힘껏 자신을 뽐내려 하던 날, 우리는 홍대에서 만났다. 철이가 일하고 있는 온다살몬에서. 철이라고 불러본 지 무척 오래되어서 지금 되게 어색한데, 내 블로그에는 모두 별명을 적는지라 이 낯섦을 어찌어찌 극복해야지. / 철이가 찍어 준 폴라로이드 사진 두 장.(진짜 어색하네 철이라니..

영화 보고 커피 마시는 나날들

/ 가을에 맞은 외가 친목회에서 하룻밤을 자고 다음날 아침 일찍 밥을 먹고 숙모네 집을 나섰다. 일요일은 알게 모르게 모두가 바쁜 하루다. 딱히 무슨 일이 있는 것이 아니어도 누군가는 분주하게 주말 대청소를 하고, 누군가는 교회에 가 간절한 기도를 드린다. 누군가는 다른 누군가와의 약속을 위해 단장에 힘을 쓰고 누군가는 수산시장에 들러 말린 생선과 과일을 한 아름 산다. 나는 운전대를 잡은 아부지를 따라 묵묵히 수산시장을 돌며 양 손 무겁게 장을 보는 일요일의 딸내미였다. 이 날 아부지는 당신이 철원에서 드실 저녁 찬거리로 말린 생선 여러 꾸러미와 낙지젓갈 조금, 오늘 저녁에 가족 다 같이 먹을 대하와 임여사 준다며 자몽을 잔뜩 사고 생색도 그만큼 잔뜩 내셨다. 그리고 톨게이트를 빠져나올 때엔 안전벨트를..

소통의 낭떠러지

소통의 낭떠러지. Precipice of Communication. 진심이 온전히 전달되는 때는 언제일까. 일생동안 그런 행운의 순간을 우리는 몇 번이나 맞이할 수 있을까. 속으로 삼키고 침묵하는 때가 많았다. 2010년부터 나는 그렇게 조용해지는 방법을 알았다. 모든 고통들은 개별의 것이고 그것들은 설명은 가능하나 공감되지 않는다. 나의 것이고, 너의 것이기 때문에. 하물며 그 고통의 순환에서, 시발점이 '나'였다면 이는 더더욱 말로 풀어질 수 없는 것이 된다. 나는 시작이었고, 그렇기에 말과 마음을 삼켰다. 침묵으로 얻어지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 같은 침묵, 그리고 오해. 내가 기대했던 것은 같은 침묵이었다. 내가 말과 마음을 삼켰으니, 이에 대해 길게 따라붙는 거추장스러운 말꼬리 또한 없겠거니 했..

숫자로 기억되는 것들

숫자로 기억되는 것들이 있다. 기억의 장면들이 숫자와 얽히며, 기억을 먼저 떠올리기에 앞서 숫자를 통해 그것들을 연상해내게 된다. 이를테면, 계절이 담기는 월(月)의 그 숫자를 보고 있노라면 따뜻하고 덥고 서늘하고 쌀쌀한 계절의 감각들이 연상되는 것처럼. 오늘은 그런 몇 개의 숫자들에 대해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다. 사실, 좋다 나쁘다 할 것은 없지만 이왕 적어지는 것들이니 기분이라도 좋자면서 되는대로 갖다 붙여본다. 나는 숫자를 잘 기억하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숫자와 연관된 기억들은 제법 또렷하게 떠올릴 수 있다. 부러 세어가며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경우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고 대개는 자연스럽게 장면과 숫자가 얽혀있다. 내게는 한 묶음처럼 보이니 무엇 하나 떨어뜨려 생각되지 않는다. 떠오르는 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