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cipice o-f- Communications./

타인의 불행 앞에 나의 다행을 뒤적거리는 비겁함을 갖지 않게 하소서.

⌳ precipice, 163

구월, 제주의 해가 피부에 아직 남아있다

9월, 제주도에 다녀왔다. 다녀왔었다. 21일 아침 일곱시 비행기를 타고 가서는 만 사흘을 떠돌다가 23일 밤 아홉시 반 비행기를 타고 서울집으로 돌아왔다. 사흘을 꼬박 채웠던 여행이었다. 어딘가로 숨고 싶을 때, 도망치고 싶을 때면 제주에 가는 비행기 티켓을 알아보려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언제든 단출하게 짐을 꾸려 떠날 수 있다는 것이 베짱이의 아주 큰 장점이었으니까. 무척 많은 억새가 보고 싶어 9월과 10월의 어디쯤 떠나는 날을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다.(정작 용눈이오름에 가지 않아 많은 억새는 보지도 못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티켓 사이트를 얼쩡거리던 어떤 날, 새벽 네시쯤이었을까. 미리 계획이라도 세워둔 양 표를 예매했다. 다가온 날에 맞춰 새벽 지하철 첫차를 타고 김포공항으로 갔다. 임여사에..

카트, 2014

곧 극장에서 내릴 것 같아 의무감(?)을 보태어 예매를 했다. 영화의 포스터와 카피는 이 영화가 건네고자 하는 모든 것을 예상하게 한다. 같은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부당하지만 넘어설 수 없는 권력 앞에서 자신들의 생존을, 그저 우리들의 이야기를 들어달라 호소한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그 단순함을 부탁한다. 이모 생각이 많이 났다. 더불어 우리 엄마 생각까지도. 이모는 대학병원의 청소노동자다. 환갑을 넘긴, 수족을 쓰는 데에 무리가 될 법한 질병을 아직, 앓고 있지 않은 여성이 사회에서 가질 수 있는 직업은 제한적이다. 내가 알고 있는 시간으로만 따져도 이모가 병원에서 일한 시간은 오 년이 넘는다. 외가 친척 모임 등의 자리에서 일 년에 두어 번 만나고 종종 전화로 안부를 묻는 이제까지의 시간..

⌳ precipice,/see 2014.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