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제주도에 다녀왔다. 다녀왔었다. 21일 아침 일곱시 비행기를 타고 가서는 만 사흘을 떠돌다가 23일 밤 아홉시 반 비행기를 타고 서울집으로 돌아왔다. 사흘을 꼬박 채웠던 여행이었다. 어딘가로 숨고 싶을 때, 도망치고 싶을 때면 제주에 가는 비행기 티켓을 알아보려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언제든 단출하게 짐을 꾸려 떠날 수 있다는 것이 베짱이의 아주 큰 장점이었으니까. 무척 많은 억새가 보고 싶어 9월과 10월의 어디쯤 떠나는 날을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다.(정작 용눈이오름에 가지 않아 많은 억새는 보지도 못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티켓 사이트를 얼쩡거리던 어떤 날, 새벽 네시쯤이었을까. 미리 계획이라도 세워둔 양 표를 예매했다. 다가온 날에 맞춰 새벽 지하철 첫차를 타고 김포공항으로 갔다. 임여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