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cipice o-f- Communications./

타인의 불행 앞에 나의 다행을 뒤적거리는 비겁함을 갖지 않게 하소서.

⌳ (14) 그렇게 그런 일들

0228 먹은 것들

재이와 시옷 2014. 3. 2. 01:49






















- 광어와 도미 모둠회다. 서울사람이 된 나라서 절친한 친구의 생일을 맞아 마음을 굳게 먹고 인천을 방문한다. 가는 시간만 1시간 50분이라서^.^ 이날은 7시 약속이었는데 홍구와 만자 커플은 8시 40분에 나타났다. 늦는 친구들을 기다리며 신세계백화점에서 혼자 아이쇼핑을 하고 8시에 혹시나 웨이팅이 걸릴까 싶어 혼자 '타마'에를 갔다. 금요일 밤이었으니까. 웨이팅없이 자리를 먼저 잡고 앉았다. 안주가 나오는 시간을 고려해 미리 오더를 넣고 맥주 한 병을 시켰다. 맥주와 기본 안주거리가 나왔다. 한 잔을 마셨다. 두 잔을 마셨다. 모둠회가 나왔다. 사진을 찍었다. 타마 안에 사람들은 4인 상차림을 펴놓은 패기좋은 파워블로거인 줄 알았겠지 내가. 회 한 점을 먹었다. 세번째 잔을 채웠다. 회 한 점을 더 먹었다. 술잔도 술병도 비워졌다. 홍구와 만자가 왔다. 죽일거다 죽인다.


- 9시 30분에 뽈과 배쟁이 커플이 왔다. 폭풍설사 장염에도 불구하고 벌겋게 열이 오른 얼굴로 자리에 찾아와 준 배쟁이에게 고맙다. 이얼. (혹시 오해를 할까 싶어 밝힌다면 놀리려고 배쟁이라고 하는게 아니라 나는 블로그에 지인들의 실명을 쓰지 않는단다. 네게 맞는 별명이 딱히 안 떠올라서 배쟁이라고 하는거니까 기분 상해하지 않길. 그런데 아마도 앞으로 계속 배쟁이라고 불릴 듯..) 
2차는 어디를 갈까. 질문이 오갈 때 번뜩 끼어들었다. "육회. 육회를 먹어야겠어." 한창 금요일의 주정뱅이이던 시절, 2차는 대개 육회를 먹었다. 1차에 든든하고 푸짐하게 술배를 채우고 나면 2차는 그렇게 깔끔한 사시미 혹은 육회가 땡기더라. 그래서 2차는 육회. 사진은 먹다가 찍은거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누가봐도 그렇게 보이지만 안 찍기엔 괜히 서운해서 다 헤집어진 후에 기어코 찍었다.


- 홍구의 생일 케잌. 아마 안 먹고 초를 분 후에 집에 가져가라며 챙겨줬을거다. 술이 엄청 되지 않는 한 우린 케잌은 그냥 챙겨서 들려보낸다. 술이 많이 되면 나중엔 괜히 허기가 져서 막 퍼먹긴 하지만 이날은 적당히 맥주만 마셨으니까. 컴백홈 미션이 있던 나라서 11시에 급하게 자리를 먼저 뜬터라 이후에 저 케잌의 향방은 사실 확신할 수 없다. 먹었을 것 같기도 하고.




음식 사진을 무척 오랜만에 찍었다.
베짱이인 지금 경제적으로 후달려 3월이 되면 dslr을 중고로 팔아야겠다는 혼자만의 계획을 세우던 며칠. 아직도 어떻게 해야할 지 명확히 답을 정하진 않았다. 펜탁스에는 두툼이의 지분이 30% 섞여있기 때문에 내맘대로 처분했다간 분명 큰소리가 날 것이다. 처음 구매했을 때, 저렴한 단렌즈와 전용 충전지와 충전기, 펜탁스정품가방까지 이것저것 내손이 많이 갔고 내돈도 많이 들었다.(제일 중요한 부분이지) 내방 선반 제일 아랫칸에서 종종 먼지를 뒤집어쓰는 이것을 계속 갖고 있는 것도 누군가의 쓸모를 낭비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고 가장 결정적으론 오래 갖고 있으면 중고가가 무지막지하게 떨어질 것 같아서. 그나마 값을 받을 수 있을 때 팔아야 할 것 같은 압박이 있다. 흠.
그저께 사진을 찍기 전만 하더라도 파는 것에 망설임이 없었는데 28일에 친구들을 만나 함께 먹은 음식 사진을 찍고 친구 커플을 찍어 주고 하니 이것의 쓸모, 나의 필요를 다시 깨달은 기분이기도 하고 아무튼 복잡하다. 일개미 시절엔 dslr을 그대로 두고(어차피 k-x는 펜탁스 보급기 끝판왕이니까) 필름카메라를 추가 구입해 공부하고 싶었는데 주머니 사정이 곤궁해지니 이렇게 마음씀이 척락해지고 말았다.  
더 고민을 해봐야지. 무거워서 들고 나간 날엔 괜히 성질이 나는 것이기도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들, 함께 있는 시간을 기록하는데 이것만큼 좋은 것이 또 없으니까.
다음주에는 필히 로또를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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