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cipice o-f- Communications./

타인의 불행 앞에 나의 다행을 뒤적거리는 비겁함을 갖지 않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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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2014

재이와 시옷 2014. 3. 18. 01:29

 

 

 

 

 

생각해보니 작년 봄 쯤이었구나. 영화 <연애의 온도>에서 이민기의 '현실남친형 연기'를 보며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된 게. 영화 <은교>에 이어 김고은이 선택한 영화. 이민기와 함께 살인마와 동네미친년으로 분해 호흡을 맞췄다고 해서 나는 아주 쫄깃한 스릴러를 기대했다. 영화의 줄거리까지는 아니어도 감독의 전작 정도는 찾아 보고 가는 편이라 검색해보니 <오싹한 연애> 내가 이 영화를 누구랑 봤었지. 아무튼, 로맨틱코미디와 호러를 결합해 제법 귀엽게 끌어갔던 것으로 기억이 났다.
'그래, 이 정도면 나쁘지 않지.'

 

<몬스터>는 뭐랄까. 음..이 영화를 뭐라고 말해야 하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분명한 건, 괴작이라는 거다. 그러니까 이게 어감의 차이가 명백한 것이 '괴작'과 '망작'은 분명히 다르다. 내가 주관적으로 느끼기로 이 영화가 망작은 아니다. 음 아닌 것 같다. 그냥 괴상한 영화야. 이 감독이 쌓아가고 싶은 자신만의 장르가 분명히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영화를 보고 온 이들 사이에서 신명나게 까이고 있는 것 같은데, 사실 나도 지인에게 이 영화 보라며 추천은 커녕 되려 만류하는 편이기는 한데 그래도 짠한 마음에 어떤 게 남는다. 적어도 '태수'의 마음이 어떤 지는 알겠는 거야. 그 부분이 드러났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감독이 와중 목적을 잘 삽입해 관객들에게 비췄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모자라지만 동생 하나만을 바라보며 온 애정을 쏟는 복순. 태수의 계획에는 없었지만 죽어야 했던 은정. 은정의 죽음을 실감하고 태수를 쫓는 복순. 그 사이 죽은 은정의 빈 자리와 태수 심경의 갈등을 빚어내는 나리. 태수는 의아했을 거다. 친동생도 아닌데, 어느 날 갑자기 복순 앞에 나타난 나리를 그대로 품은 복순이, 심지어 은정과 나리는 함께 있었고 은정만 죽었다. 은정을 잃고 오갈 곳 없어 다시 복순을 찾은 나리. 그런 나리를 다시 그대로 품은 복순. 내가 너를 보호할 거라고 말하며 끈질기게 나리를 찾아 태수 본인을 쫓는 복순이, 태수는 의아하면서도 어쩌면 부러웠을 지 모른다. 태수가 끊임없이 바랐던 건 '진짜' 가족이었으니까.  
목이 졸려 복순과 태수가 눈을 맞추었을 때, 태수가 무슨 생각을 했을 지 사실 얼마나 그 '진짜'가 그리웠을 지 읽혀지는 것 같았다. 나는 그래서 마냥 이 영화를 욕하지 못하겠다.

 

이민기가 올해 서른이 되었구나. 앞으로 더 기대해 봐야지.
아주 잠시 나오는 이민기의 세미 누드 때문에 내가 영화 어플 왓챠에서 이 영화에 별 세개를 준 것은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