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상영작 중에서 특별하게 눈에 띄던 영화는 아니었다. <우아한 거짓말>과 <몬스터> 사이에서 시간에의 제약으로 <몬스터>를 선택한 후 재밌는 경험을 한(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튿날이었던 터라 나름 선택에 신중함이 있어야 했다. 원래의 순서라면 <몬스터>에 밀린 <우아한 거짓말>을 보는 것이 맞았겠지만 수의 친한 친구가 주인공이라는 점과 독립영화지만 최근 1만 관객을 넘었다는 기사와 정확한 명칭은 기억나지 않지만 어떤 영화제에서의 수상 소식까지 들었던 터라 '그래, <조난자들>을 보자!' 하여 CGV신촌아트레온으로 스쿠터를 타고 달려갔지. 딴 말이지만 스쿠터 오랜만에 다시 타서 너무 신 났다 으어엌.
영화 시작 전 광고가 흐르고 있었는데 소리가 잦아들더니 음소거. 응? 상영사곤가 헐? 하는 때, 내 자리 옆 계단을 내려 가며 '잠시만요 죄송합니다~' 인사하는 누구신지..? 알고보니 깜짝 무대인사 였다. 아니 세상에! 원래는 주연배우 두 분과 감독님. 이렇게 세 분이 깜짝 방문 예정이셨는데 안타깝게도 배우 분들에게 급하게 촬영 일정이 생기는 바람에 감독님 혼자 오셨다고. 영화 본 날의 전 날인 금요일이 화이트데이 였던 터라 작은 선물을 준비했다며 진행자분이 감독님께 츄파츕스 한 주먹을 내어드리자 감독님이 받아들며 '아니 정말 너무 작은데요..' 하셔서ㅋㅋㅋㅋㅋㅋㅋㅋㅋ GV도 아니었는데 이런 일도 있구나 하며 신기해 했다.
영화를 보고 난 직후 객관적인 평으로 나름 청을 하자면, 네이버에서 '오태경'으로 검색 시 바로 보이는 프로필 사진을 최근으로 새로 찍어 변경하셨으면. 극장에 가기 전 필모를 볼까하여 간단한 검색을 했는데 프로필 이미지와 극중 얼굴의 느낌이 너무 달라서 영화가 시작하고 10분 동안 학수를 보면서 '저 분이 오태경씨가 맞나' 했다.
서울사람들은 무엇으로부터 고립되기 위해 구태여 찾는 그런 외진 시골의 토박이. 처음 보는 이에게 이것저것 말을 붙이며 '사람이랑 얘기하니까 너무 좋네요. 재미있네 재밌어.' 혼자서만 온갖 넉살을 부리는 그런 '착한 것 같긴 한데 어쩐지 불편한 사람' 학수를 잘 보여주었다.
영화의 거의 마지막까지 가져가는 '그렇다면 누구?'의 질문과 답이 제목 안에 있다. 그 공간에 갇힌 이들이 비단 주인공과 갑작스레 죽임을 당한 다른 인물들 뿐만인 게 아니라 가해자인 '그들' 역시 부여 된 사명과 목적에 희생 된 또 다른 조난자들이라는 것. 영화의 흐름이 좋았다. 가져가는 긴장의 강약 역시 좋았다.
내게 '오태경' 이라는 배우는 낯익은 낯선 사람이었다. 분명 어디서 그것도 제법 여러번 본 것 같지만 크게 기억에 남지 않은 배우. 이렇게 피고 저물고를 반복하다 종내엔 일반적인 삶에 스며들어 배우라는 직업에서 멀어지는 이들이 많겠지.
다행이다 싶었다. 그가 이 영화를 통해 끈기있게 그 자리를 지킨 보상을 받는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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