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의 영광의 자리가 모두 이 영화에서 나왔다. 영화를 보기 전에 오스카 시상식을 먼저 찾아 봤던 터라 '도대체 매튜 맥커너히의 연기가 어떻길래 울프의 레오가 상을 받을 수 없었을까. 왜 레오는 영원히 고통받아야 하는가.' 궁금했다. 남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자레드 레토는 어디서 본 듯도 한 얼굴인데 낯익지 않아 긴가민가했고.
수입사가 영화 화면비를 거지같이 들여와 개봉 전에 SNS상에서 시끌시끌 말이 많았다. 3월 6일이 공식 개봉일이었고 극장을 찾기 전 CGV측에 전화를 해 물어볼 수 밖에 없었다. 수입사 측 공홈에는 명확한 공지가 뜨지 않았기 때문에. CGV측에 전화로 문의한 결과 개봉에 맞춰 정상적인 화면 비율로 상영한다는 확답을 받은 후에 안심하는 마음으로 극장을 찾았다. 이제는 제법 친숙해진 CGV 신촌아트레온.
영화는 좋았다. 참 좋았다. 애석하게도 레오의 무간지옥을 외면해야 할만큼. 크흡.
살이 쪼옥 빠진 매튜 맥커너히를 보며 다시 한 번 삶과 직업을 동일하게 가져가는 배우들에게 경외심을 느꼈다. 말린 정어리같은 몸을 하고서 의사에게 되묻고 있었다. 그의 말 한 마디 마다 박혀있는 절박이 그대로 느껴졌다. 능청스레 '형제님'이라 부르며 신부님으로 사기를 치는, 제법 병마에서 벗어나 영화의 마지막까지 가져가는 그의 연기도 아주 좋았지만 나는 다른 씬들보다, 론이 자신에게 부여된 삶이 고작 30일이라는 걸 인정해야 했을 때, 29일 째로 달려가는 그때의 연기가 특히 좋았다. 정말 곧이라도 죽을 것 같았다. 자신에게 남은 생의 날을 손으로 꼽아가는 그 압박감은 어떤 느낌일 지 수차례 떠올려보려 애썼다. 그의 심정이 그대로 와 닿았기 때문에. 그래요 남우주연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이 영화의 대박은 매튜도 매튜지만, 으아아아아아 레이언 역을 연기한 배우 자레드 레토가 진짜 대박이다. 대박이야. 아주 대박이야.
이 배우의 놀라운 연기를 어찌하면 좋을까. 이틀이 지난 지금까지도 멍해지는 모든 순간들에 레이언의 표정과 말들이 불쑥 끼어 들어온다. 오로지 그 연기를 다시 보고 싶어 극장을 한 번 더 찾을까 고심까지 하고 있다.
몸을 쓰는 게 놀랍더라. 지극히 여성의 선을 가지고 있는게 아닌데도. 아마도 배역 때문에 체중 감량을 한 것 같은데 평소 사진과 프로필로 보았을 때, 누가 보아도 건강한 성인남성의 몸이다. 그런데 레이언은 누가 뭐라고 해도 '여자'였다. 이 배우가 스크린 안에서 몸을 쓰는 것을 놓치지 않고 지켜보며 수차례 감동했다. 가벼운 걸음걸이부터 가만 서 있을 때의 달라지는 미묘한 몸의 선들을 정말 치밀하게 표현하더라. 죽고 싶지 않다고 속에 있는 울음을 끄집어 내는 장면부터, 품이 남는 정장을 구태여 차려입고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는 아버지를 찾아갔을 때에도. 그 순간만큼은 아들로 보이기 위해 가발을 벗고 흑발을 잔뜩 말아 뒤통수에 붙인 그 모습을 보는데도 그 모습은 그저 '딸이 잠시 아들 옷을 꺼내입은 느낌'을 주었다. 그 장면을 보며 울컥했다. 저 사랑스러운 사람을 어찌하나 싶어서.
이 영화는 요소요소 아주 멋지다. 아주 멋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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