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처량히 내리는 비를 오도카니 바라보고 있을 수 있다면 좋겠다.정말이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비 오는 날을 견뎌내지 못하던 스물두 살의 내가 있었다.지금도 기억하는 풍경엔, 셋이 있었다. 도로를 향해 테이블이 놓였던 자리는 통유리로 되어있던 대학교 근처 커피숍이었다.아르바이트밖에 모르던 때였다. 학점은 누더기가 되어 헤벌레 입을 벌린 채 멍청한 웃음을 띠고 있는데, 오픈조며 마감조며 가라지 않고 부모의 경제적 지원 없이 학자금 대출을 갚기에 바빴던 스물두 살. 대학생이라는 청춘의 명찰보다 아르바이트생이라는 근로자의 신분이 더 잘 어울리는 꼴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다음 수업을 기다리던 공강 시간.군대에 갔던 동기가 휴가를 나와 학교를 찾았다. 대학교 친구는 단 두 명이다. 소현이와 곰. 곰의 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