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전봇대에 붙어있던 스티커. 그 스티커를 기억한다.그 스티커가 홍보하고 있던 업체의 이름이, 곧 우리의 그 자리 이름이었다. 우리는 그 자리를 그 이름으로 불렀다. 그 자리에서 바라보던 꼭대기의 달이 꼭 저렇지 않았었나 하는 오해를 지금 한 번 해본다. 사람들은 이해하는 것이 아닌 오해를 하며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라고 의문을 답처럼 던지던 작가 박민규의 그 말마따나. 열아홉의 내가 기억하고 있는 그 해 여름의 당신의 모습은, 귀를 덮지 않게 정돈된 머리칼과 안경이 걸쳐진 매끈한 콧대, 품이 조금 커 보이던 리바이스진과 폴로 피케티. 종종 모자를 들고 있었다. 집에서 요리를 하고 온 날이면 손에서 식초 냄새가 났었다. 그것도 2배 식초. 나갈 준비를 하며 손 씻기를 반복했지만 새큼한 냄새가 쉬이 가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