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로 저장된 어떤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로그인을 했다. 무엇을 쓰고 싶었던 건 아니었지만 이왕 무엇이 남아있어서 스리슬쩍 몇 줄 기대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글쓰기 버튼을 누르고 띄워진 텅 빈 페이지에 작게 숨을 들이켰다. 아무것도 없네. 그럼 무엇이라도 얼기설기 내가 기워내야 할 텐데 어디 보자 가만 보자 뭐가 좋으려나. 시월을 사흘 남겨두고 다시 일을 시작했다. 거의 90일을 쉬었다. 대개 아무것도 안 하고 흘려보낸 석 달이었다. 지금 와 생각해 보면 나는 상처 입었고 지쳤었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고 낮잠을 자고 짧은 저녁잠을 자고 또 늦잠을 자고 느지막이 일어나고 잠들지 못하고 어수선하기만 한 꿈을 꾸며 보냈다. 내가 보냈다기보다 그저 사정없이 인정없이 지나갔지. 내게 가장 면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