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탓일 수도 있었겠지만 분명, 공기가 남달랐다고 자부했다. 콧속으로 스미는 바다의 기운이 소래포구의 비릿한 그것과는 완연히 다른 어떤 명쾌함이 있었다. 강원도라 추위와 바람의 강세도 남달랐지만, 밤에 도착해 첫 들이 쉰 강릉역의 숨은 황홀했다.
어깨와 가슴을 잔뜩 열고 숨을 폐로 깊이 밀어넣던 때에, 하늘의 별이 눈에 들어왔다. 좋지 않은 내 시력으로도 가늠되던 무수한 그 갯수와 명명함들. 소리를 꺅 하고 질렀다. 기분이 너무 좋아 강릉역 복판에서 춤이라도 추고 싶었다.
양발에 트램플린이라도 달은냥 떼는 걸음마다 내가 튀어져올랐다.
아침에 보게 될 숙소 앞 해변의 절경을 다짐하며 기대로 계속 뛰는 심장을 다독여 잠자리에 들었다.
이불을 온 몸에 휘어감고 베란다로 나가 입김 내뿜으며 천천히 지켜 본, 해가 해변을 덮어버리던 그 시간. 처음 내일로 여행을 했던 때가 생각이 났다. 내생의 첫 일출을 보았던 때였다. 여수의 한 절에서 칼바람을 온 얼굴로 맞아내며 보았던 그 때의 일출이 떠올랐다. 사진을 찍으며 생각했었다. '바다에도 결이 있구나. 바다가 가진 결을 나는 이제 보는구나.' 처음의 일출이었고 비로소 생동한다 느끼던 때였다.
그 절절함이 이날의 아침 다시 들이쳤다.
살아있는 것. 살아있는 것. 살아,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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