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것에 대한 거부감이 크게 있었다.
조리과를 졸업한 여자로, 한중양일식제과제빵의 정규과정을 모두 수행했지만 매 실습시간마다 날것(생고기, 생선)들을 만지는 것이 힘들었다. 조리해 맛을 보면 맛은 참 좋았지만 그 과정의 귀찮음보다 그 물컹한 촉감에 여간 정이 가지 않았다. 이렇다보니 일식시간 스시를 할때면 얼굴의 모든 근육을 움직여 인상을 쓰곤 그와는 반대되는 예리한 손길로 생선의 뼈와 살을 분리하곤 했었지. 추억 돋네.
그랬었는데 언제부턴가, 기억하기로는 스물 한 살 여름이었던 것 같다. 오랜 친구와 처음으로 부산여행을 갔었는데 부산에 왔으니 회는 제대로 먹어줘야하지 않겠냐며 그럴싸한 해운대 근처 횟집에서 모둠정식을 먹었더랬다. 충격이었지 그 맛은. 싸이월드를 뒤져보면 상을 다 휩쓸어버릴 듯한 기세로 젓가락을 놀리고있는 내 사진을 찾을 수도 있을텐데.
아무튼 그 맛은 실로, 문자 그대로, 참 맛있었다.
그후로 난 '맛있는거랑 술 마실 준비나 하셔' 라는 은인들의 메세지를 종종 받을 때면 언제나 답장으로 외쳤지 '모둠회 콜?' 몇년의 세월을 탄 여자는 생선 만지는 것은 여전히 싫어하지만, 맛만은 야무지게 느끼는 (더)까다로운 여자로 변모했다. 껄껄껄.
위 사진에는 광어+우럭회의 당당한 위용이 드러나 있지 않지만 스키다시라고 하는 입맛돋움이들의 맛 역시 훌륭하여 7만 원이 아깝지 아니하였지아니했지(아까운건 아까운거다 내돈이니까)
주문진 횟집은 주문집 해변 바로 앞에 있다. 그말인 즉, 바다의 결과 파도의 높이를 재가며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 사장님이 무척이나 친절하셨다. 강릉역으로 가는 길을 간단히 여쭸는데 인터넷으로 지도를 찾아봐 주시고 손수 종이에 약도까지 그려주시며 말귀를 잘 못 알아듣는 여자를 위해 버스번호와 내려야 할 정류장 이름까지 명확히 적어주셨다. 주문진은 다음에 또 찾을 생각인데, 그 때 다시 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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