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뒤바뀐 낮밤으로 오후 1시에나 잠이 들던 며칠 중의 일이다.
성탄 이브와 성탄절을 호사스러움 1도 없이 무덤덤하게 보내고 있었다. 영화를 찾고, 노래를 찾으며 자라목으로 모니터 앞에서 시간을 소비하다보니 어느새 성탄절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다. 새벽 5시 정도. 앞으로 적어도 6시간 동안은 잠이 올리 만무했다. 출근하는 임여사를 위해 아침을 차려놓을 수도 물론, 있었겠지만. 그 시각 달그락거리는 소음을 빚으며 괜한 잔소리를 먹고 싶진 않았다. 그래도 성탄절 아니던가.
조용조용히 미아삼거리역으로 가는 120번 버스의 첫 차 시간을 알아보고, 조조영화 상영 시간을 알아보았다.
6시 55분. 두툼이 휴무에 맞춰 함께 보기로 했던 영화 <변호인>을 혼자 보기로 했다. 왠지 두툼이와 한 번 더 보게 된다해도 거리낄없이 전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새벽은 어둑했고, 기억나는대로 셈을 해 꼽아보자면 조조영화는 자그만치 3년만이었다.
학교를 다니고 있었고, 알바를 쉼없이 했고, 졸업을 했고, 광역시 여자와 경기도민 남자의 경계를 넘는 연애를 했고, 취업을 했고, 일을 했고, 주말엔 오후까지 늦잠을 자기 바빴다. 베짱이가 되고서도 어언 한 달이 되어서 조조영화를 보러 갔다.
이 이야기는 실제 인물과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하지만 허구임을 밝힙니다.
'실제'와 '허구'가 한 줄에 같이 쓰이니 바로 납득하지 못한 입이 뾰루퉁히 튀어나왔다.
내용이야 워낙에 잘- 알고 있는 배경이었으니 흐름을 함께 좇는 데에 무리가 있을 틈은 당연 없었다. 이 영화는 배우 송강호 그 자체의 힘으로 이어간다. 영화 <더 테러 라이브>를 봤을 적에 이러한 감상을 짧게 남긴 적이 있다. "하정우라는 배우를 오래 스크린에서 볼 수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하다." 뭐 대략 이 정도 뉘앙스였던 것 같다. 곧 바로 정정. 같은 시대에 송강호라는 배우가 있어 얼마나 감격스러운가. 극중 송우석=송강호 단연, 한 사람이었다. 그저 그가 그였다.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 분한 감정이 제풀에 지쳐 나뒹구를 때까지 손 쓸 방도가 없다.
머릿 속에 떠오르는, 정리되지 못하고 분하고 억울하고 슬프기까지한 그 감정 여분의 문장들을 우악스레 적어놓지는 않을 거다. 천만관객을 동원해야 한다며 이 시대, 유대하고 부피를 키워 연대할 수 있는 우리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강요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선택은 주관의 몫이니까.
주렁주렁 달린 여러 이야기 갈래들을 슥슥 정리해 간결히 놓고 보아도 이 영화는 충분히 좋은 영화다. 그냥 그렇게 보면 되는거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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