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cipice o-f- Communications./

타인의 불행 앞에 나의 다행을 뒤적거리는 비겁함을 갖지 않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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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 2014

재이와 시옷 2014. 12. 5. 02:06

 

 

 

 

 

 

 

 

 

 

 

 

 

 

곧 극장에서 내릴 것 같아 의무감(?)을 보태어 예매를 했다. 
영화의 포스터와 카피는 이 영화가 건네고자 하는 모든 것을 예상하게 한다. 같은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부당하지만 넘어설 수 없는 권력 앞에서 자신들의 생존을, 그저 우리들의 이야기를 들어달라 호소한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그 단순함을 부탁한다. 

 

이모 생각이 많이 났다. 더불어 우리 엄마 생각까지도.
이모는 대학병원의 청소노동자다. 환갑을 넘긴, 수족을 쓰는 데에 무리가 될 법한 질병을 아직, 앓고 있지 않은 여성이 사회에서 가질 수 있는 직업은 제한적이다. 내가 알고 있는 시간으로만 따져도 이모가 병원에서 일한 시간은 오 년이 넘는다. 외가 친척 모임 등의 자리에서 일 년에 두어 번 만나고 종종 전화로 안부를 묻는 이제까지의 시간 동안 최근 처음으로, 급여 인상에 대한 청소노동자들의 파업이 있을지도 모를 거라는 말을 들었다. 걱정은커녕 무척 잘 되었다는 말을 건넸다. 그렇게 부딪치고 목소리를 내야 하는 거라고. 

 

보고 느끼는 것이 전부인 얕은 깜냥의 내가 할 수 있는 평의 무게는 지극히 적을 수 밖에 없다. 아무튼,
영화 <카트>는 잘 만든 영화는 아니다. 기승전결의 흐름은 별 수 없이 뻔하고 우리 사는 보통의 또는 모자란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신파가 영화 곳곳에 있다. 생계를 위해 가족끼리 떨어져 사는 것, 급식비가 밀려 밥을 굶어야 하는 것, 수학여행비의 부담과 또래 아이들과 비교되는 형편에 대한 열등감 그리고 창피함, 최저시급에서 한참 모자라는 돈을 받아서라도 해야 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등 씬들은 예상이 가능하고 자연스럽게 배치된 듯한 웃음 포인트들 역시도 빤하다. 실화를 각색했기에, 이것이 우리 사는 현실이기에 그들의 투쟁이 결코 해피엔딩일 수 없을 거라는 이 예상 때문일까,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에 남는 이 씁쓸함은 해소의 창구를 찾지 못한다. 계속 우리가 살아가야 할 배경이니까 풍경이니까 그게 삶이니까. 그럼에도 이 영화를 많은 '우리'가 봤으면 하고 바랐다.

 

아,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를 보면서도 아이돌 엑소의 멤버인 도경수 그러니까 디오의 연기가 제법 괜찮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영화 <카트>에서도 아주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표정도 풍부하고 발성이 좋더라. 그리고 염정아. 기대 이상의 연기였다. 이렇게 깊은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였던가 스크린을 마주하는 동안 여러번 놀랐다. 나를 포함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연기파 배우 리스트에 없는 그녀였기에 더 놀랐던 것 같다. 그녀가 꾸준히 닦아 마침내 도착한 지금의 모습에 속으로 많은 감탄과 박수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