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는 부쩍 극장을 찾은 횟수가 잦기도 했을 뿐더러, 여유의 틈이 주어지는대로 보려고 했던 지난 영화들을 작정하고 본 경우가 많았다. tv드라마보다는 단연 영화를 우선하고 영화보다는 책을 더 우선하는 편이어서 매달 극장 간판에 걸리는 상업영화들을 애써 좇으며 달려가지는 않는 편이다. 구태여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도 있거니와 자금사정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으니까.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내 기준에서 3월에는 유독 영화를 여러편 보았다.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전문적인 영화 리뷰를 쓰려함이 아니라, 내가 본 것들을 기록하는 정도가 되겠다. 영화를 본 짧은 소감은 손으로 쓰는 다이어리에도 기록해 두었는데 그것들을 바탕으로 몇 자 옮겨적는 정도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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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1일 관람 @인천CGV
하울링
범죄, 드라마 ㅣ 한국 ㅣ 감독 유하
송강호, 이나영 주연
송강호의 티켓파워가 예전만 못하다는 기사들이 심심찮게 보이기도 하지만 글쎄 내게는 아직 실감나는 부분이 아닌 것 같다. 그의 '연기를 보러' 극장에 갔던 기억이 지배적이기 때문일 거다. 이 부분에 대해 울집두툼이와 얘기를 좀 찌끄려 보았었는데, 그의 생활밀착형 연기가 이제는 독보적인 것이 아니라, '어디서 본 듯한 익숙함'이 바탕에 있다는 것이었다. 즉, 그의 연기st를 속된 말로 노나먹는 타 배우들이 이제는 관객들에게도 익숙하다는 것이다. 그렇다 한들, 송강호가 노쇄하지도 않았고 그의 연기가 단순해지거나 퀄리티가 낮아진 것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극장으로 갔다. 사실은, 송강호 이나영 투톱 주연이라서 갔다. 여자배우 중에 난 이나영 얼빠니까. 허허허. 영화는 나쁘지 않았다. 배우들의 연기도 나쁘지 않았다. 익숙한 연기파 조연들이 꽤 많이 출연했기도 하고. 근데, 이나영의 발성이 내게는 좀 별로인지 그녀의 나레이션이 계속 거슬렸다. 아, 그리고 질풍이로 나오는 저 개가 연기를 참 잘했다. 개가 연기를 제일 잘했어 아주.
2012년 3월 5일 관람 @관교홈
자전거 탄 소년
드라마 ㅣ 벨기에, 프랑스 ㅣ 감독 장피에르다르덴, 뤽다르덴
토마 도레(시릴), 세실 드 프랑스(사만다) 주연
집에서 멀지 않은 독립영화관에서의 상영 시기를 놓쳐 언제 봐야하나 골똘해하던 때에, 먼저 이 영화를 본 Y로부터 영화의 모든 내용을 전해들었다. 도입부터 결말까지. 중간중간의 중요한 사건들까지 모~두.
스포200%를 이미 머리에 넣고 영화를 봤다. Y에게 줄거리를 전해들었을 때, '이렇게 모든 이야기를 들었으니 안 봐도 되겠다.' 싶었지만, 이상하게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자신을 버린 것이나 다름없는 아버지를 향한 애정을 오래도록 처절하게 놓지 못하는 시릴이 안타까웠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의 어린시절이 같이 떠올라 몰입이 되기도 하면서 감정을 방해하기도 했다. 완전히 몰입하기엔 내 자신이 다칠 것 같았고, 얕으막하게 둘러보기엔 시릴은 안타까웠다. 그 경계의 모호를 아슬아슬하게 타면서 영화를 이어봤고 크레딧이 올라가는 것을 보며 가슴을 쓸어내렸던 것 같다. 분명히, '다행이다' 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2012년 3월 7일 관람 @영화공간주안
아티스트
멜로, 로맨스 ㅣ 미국, 프랑스 ㅣ 감독 미셀하자나비시우스
장 뒤자르댕(조지), 베레니스 베조(페피) 주연
이 영화를 향한 호평의 수식이 넘쳐나는 것을 보며 괜시리 극장으로 떠밀려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애초에 보려고 했던 마음가짐이 40 이었다면, 전자의 푸쉬로 30 이상을 채웠던 것 같다.
일반 극장에서의 상영은 찾아보기 힘들어 주안에 있는 독립영화관에 Y와 함께 가서 보았다. 처음 찾은 영화관은 '이런 상태로 운영이 되기는 하는걸까. 영화관 주가 영화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인가보다.' 라는 인정이 들만큼 한가하기 짝이 없었다. 무튼, 영화는 처음부터 알고있던 정보대로 무성영화였다. 웅장하게 스피커에서 울리는 배우의 소리와 공감음에 길들여졌던 나는, 영화 초반의 그 고요가 퍽 낯설었다. 익숙하지 않은 것에서 오는 왠지 모를 불안도 느꼈던 것 같다. 그랬지만 영화는 꽤나 아름답게 흘러갔다. 흑백영상이 보여주는 절제된 시각적 효과도 그러했고, 꽤나 오글거리는 스토리 자체가 영화에 강력하게 힘을 실었다. 해피엔딩이었고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하울링>과 마찬가지로 "개가 연기를 제일 잘하네"
2012년 3월 9일 관람 @인천CGV
러브픽션
멜로, 로맨스, 코미디 ㅣ 한국 ㅣ 감독 전계수
하정우, 공효진 주연
포스터에서 느껴지는 하정우의 찌질함. 오, 좋다. 그래 남자는 종종 저렇게 찌질해지기도 하고 그래야지. 2월에 두툼이와 함께 보았던 <범죄와의 전쟁> 에서는 그렇게 섹시 폭발하는 건달역을 소화하더니 이번에는 어딘지 모르게 사랑에 찌질한 소설 작가 구주월로 변신한 하정우. 그리고 그의 상대역은 공효진. <하울링>과 마찬가지로 투톱 주연 배우 둘만 믿고 극장으로 갔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여기 저기에서 영화를 두고 호불호 갈리는 언질과, 제 나름대로의 평점들이 난무한다. 무심히 지나치기엔 주말영화며 연예정보며 뭐뭐 등에서 마구잡이로 쏟아져 나오니 그렇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 <러브픽션>은 그런 풍랑 속에서 꽤나 찬바람을 맞고 있던 터였다. 극장을 찾기 전 완전 병맛이면 어쩌나 걱정도 했지만 '배우 믿고 보러 온 거 마지막까지 믿고 보자' 라는 마음으로 아주 편하게 봤다. 영화는 괜찮았다. 겨털 얘기를 3분의 1로 줄였다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은 든다. 영화는 딱 한 마디로 "개드립의 향연" 이다. 난 이런거 좋아해서 만족.
2012년 3월 17일 관람 @홍대 상상마당
두 개의 선
독립영화, 다큐멘터리 ㅣ 한국 ㅣ 감독 지민
지민, 이철 주연
안티-결혼 다큐멘터리 라니! 이 얼마나 신선하고 자극적이야. 개봉과 함께 내가 알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예고 티져가 올라오고 그랬다. 내가 갖고 있는 영화보기 전 습성이 하나 있는데, 보고자 하는 영화 리스트가 짜여지면 다른 데에는 눈길을 돌리지 않는다. 즉, 예고편도 무조건 지나치고 주말영화소개 프로그램에 나오는 것도 당연히 지나치고 심지어 길에서 보이는 포스터에도 눈길을 주지 않으려 한다. 마음을 먹었으니 다른 것들로부터 받을 수 있는 1의 방해라도 차치하려는 나름의 속셈이다.
나의 리스트에 이 영화가 올라왔다. 저 포스터 단 한 장으로 보러 가야겠다 라고 마음먹었다. 시간을 내어 홍대 상상마당으로 갔고, 운이 좋게 그 날은 상영 후 GV시간도 있었다. 깊게 생각해 본 적 없던 "비혼" 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나는 왜 이제까지 결혼, 비혼에 대해 여러 차례 진중히 노크해보지 않았을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된 영화였다. 여담이지만, 진정한 '나'가 될 수 있는 데에는 '파트너'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것 같다.
2012년 3월 19일 관람 @은행동, 나무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독립영화, 코미디 ㅣ 한국 ㅣ 감독 윤성호
윤성호, 황제성, 서영주, 이채, 조한철 등등 모두가 주연
이렇게 병맛코드 가득한 영화라고 말해주지 않았잖아?
2012년 3월 20일 관람 @관교홈
독립영화, 드라마 ㅣ 한국 ㅣ 감독 홍상수
이선균, 정유미, 문성근 주연
봐야지 하고 작정을 하고, 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을 돌아 본 영화다. 처음 리스트를 짠 건 분명 작년이었는데 도통 유지된 토렌트 시드를 찾을 수 없어 방황하다(죄송하다 굿다운로더가 아니라서 흡) 이제서야 볼 수 있었다. 내가 인지하고 있는 최근엔 배우보다는 정치인으로서의 면모를 많이 다듬은 문성근 아저씨의(그냥 이름만 부르기 왠지 송구스럽네 왜지?) 연기를 오랜만에 볼 수 있어 좋았다. 들을 때마다 신기하기도 하고, 좋다고 생각하는 이선균의 발성도, 독특한 분위기가 꽤 독보적이라 생각되는 정유미의 연기도.
이선균, 문성근, 정유미의 중첩되는 에피소드들이 과거를 잠시 오가기도 하며 연계된다. 푸릇한 대학생 이선균의 사랑고백을 듣고 있을 땐, 실로 저렇게 육성으로 말하며 고백하는 남자가 몇 퍼센트나 될까 생각해보았다. 되게 오글거렸거든. 아무튼, 영화는 오랜 시간 돌아온 수고를 위로해줄 수 있는 만큼이기는 했다. 하지만 위로와 만족이 언제나 한 데 묶이는 것은 아니니까.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다 그러한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더 보면 좋을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든다.
독립영화, 코미디 ㅣ 한국 ㅣ 감독 윤성호
윤성호, 황제성, 서영주, 이채, 조한철 등등 모두가 주연
이렇게 병맛코드 가득한 영화라고 말해주지 않았잖아?
ㅋㅋㅋㅋㅋ아, 포스터 보니까 또 웃음이 나오네. 보려는 생각을 갖고 있던 영화가 아니었다. 전혀! 최근에는 MBC에브리원 인가? 거기서 같은 제목, 같은 감독이 시트콤으로 연출을 하고 있다는 소식은 알고있어서 아주 약간의 흥미만 갖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Y가 플레이를 했다.
개업부터 함께 했던 나름 단골의 자부심을 가지고 오가는 카페 '나무'에서 부담없이 볼 수 있는 러닝타임에, 애인과 함께 봐도 같이 깔깔거리를 수 있는 요소들이 진짜 구라 안 보태고 영화 내내 가득하다. 감독이 직접 연기하는 초반 에피소드가 제일 병맛인데ㅋㅋㅋ 제일 임팩트 있었다. 이제까지 본 독립영화들에 출연했던 익숙한 배우들이 몇몇 보여 더 친숙하기도 했고. 아, 아무튼 이 영화보고 나면 '윤성호' 라는 감독에게 관심이 가고, 덩달아 지금 하고있다는 그 시트콤도 찾아보게 될 것이다. 아마도 한 70은 그럴걸?
2012년 3월 20일 관람 @관교홈
옥희의 영화
독립영화, 드라마 ㅣ 한국 ㅣ 감독 홍상수
이선균, 정유미, 문성근 주연
봐야지 하고 작정을 하고, 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을 돌아 본 영화다. 처음 리스트를 짠 건 분명 작년이었는데 도통 유지된 토렌트 시드를 찾을 수 없어 방황하다(죄송하다 굿다운로더가 아니라서 흡) 이제서야 볼 수 있었다. 내가 인지하고 있는 최근엔 배우보다는 정치인으로서의 면모를 많이 다듬은 문성근 아저씨의(그냥 이름만 부르기 왠지 송구스럽네 왜지?) 연기를 오랜만에 볼 수 있어 좋았다. 들을 때마다 신기하기도 하고, 좋다고 생각하는 이선균의 발성도, 독특한 분위기가 꽤 독보적이라 생각되는 정유미의 연기도.
이선균, 문성근, 정유미의 중첩되는 에피소드들이 과거를 잠시 오가기도 하며 연계된다. 푸릇한 대학생 이선균의 사랑고백을 듣고 있을 땐, 실로 저렇게 육성으로 말하며 고백하는 남자가 몇 퍼센트나 될까 생각해보았다. 되게 오글거렸거든. 아무튼, 영화는 오랜 시간 돌아온 수고를 위로해줄 수 있는 만큼이기는 했다. 하지만 위로와 만족이 언제나 한 데 묶이는 것은 아니니까.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다 그러한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더 보면 좋을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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