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또 그래져버렸다.
다분히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또 긴 텍스트들을 읽는게 버거워졌다. 카메라 메모리카드는 새것으로 예쁘게 끼워넣었는데, 어깨에 그 무게를 싣고 바깥으로 향한 지가 언제인지 가늠이 나질 않는다. 아마도 지난 계절이었던 것 같은데.
일정으로 빽빽한 핸드폰의 달력을 바라보며 문득 '이게 다 뭔가.' 싶었다.
11월 말일깨 쯤부터 이틀에 한 번 꼴로 또는 며칠을 연달아 징그럽게 이어지는 이 약속들이 순간 경멸스러웠다. 허공에 날려진 단어들, 귀에도 마음에도 담기지 못할 뻘소리들, 붙여진 엉덩이가 데워져가는 것과는 반대로 점차 식어갔을 그 아쉬운 시간들. 숱한 술자리들에 찢어넣듯 던져버린 돈들이 이제서야 아까워진다. 그돈으로 오리털패딩을 사입었어도 아웃도어 브랜드 것으로 근사한 것을 장만했을텐데.
그래, 이게 다 인센티브가 나오지 않아서야. 망할.
기약없을 인센티브가 나오게 되면 꼭, 기필코, 바다를 보고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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