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cipice o-f- Communications./

타인의 불행 앞에 나의 다행을 뒤적거리는 비겁함을 갖지 않게 하소서.

⌳ precipice,/see

Before Midnight 비포미드나잇, 2013

재이와 시옷 2013. 6. 11. 16:06













비포선라이즈->비포선셋->비포미드나잇
하루 안에 세편의 영화를 연달아 봤다. 두 편은 빗소리를 들으며 진하게 내린 커피 두 잔과 함께 집에서였고, 비포미드나잇은 커피를 다 마신 후 시간 맞춰 극장을 찾아가 보았다. 이날도 어김없이 영화를 다 본 후 상영관에 우산을 두고 나와 관리아저씨께서 손수 찾아다주셨지. 하하하하


비포선셋의 첫장면에서도 놀랐었는데, 비포미드나잇의 첫장면에서는 더 놀랐다.
아 에단호크...아들과 공항을 걷고 있는 제시를 보았을 때의 그 탄식이란. 정말 음을 그대로 안고 '아..' 라는 소리가 불현듯 삐져나와버렸다. 뱃살 왜 때문인거죠 흑흑흑 그래 영화 세 편이 더해진 세월 아니던가. 자그만치 18년의 세월이 흐른거다. 나의 마흔 역시 저러하지 않을 보장과 확신이 어디있겠나.


나의 살그러운 수다쟁이들의 이야기를 비질비질 웃음을 흘리며 경청하는 기분이었다 역시나.
다만 비포선셋과 조금 다른 느낌이라면, 마냥 행복의 오라가 가득하지만은 않았다는거다. 제시와 셀린은 두 쌍둥이의 부모가 되었고 폭풍같이 쏟아지는 세월의 무게와 책임에서 자신보다 '우리'를 중시할 수 밖에 없게끔 그렇게 '어른'이 되어버렸으니까.
열렬하게 타오르는 사랑을 아직까지 끌고올 수 없다는 안타까움이 있지만, 무엇보다 서로에게 언제고 귀결될 수 있다는 그 믿음이 더 소중한 사람들인거니까. 그렇기 때문에 둘은 더 상처되고 가슴아픈 말로 상대의 가슴에 못을 박아 넣는다. 날카롭고 꿋꿋하게.


어느 아름다운 여자였다해도 셀린처럼 비명을 질렀을 거라는 이해가 들었다.
벅찼을테고, 그 벅참을 견디지 못하는 자신이 가장 미웠을거다. 그렇게 모인 억울함은 방향을 비틀어 제시에게 향할 수 밖에 없었던거다. 그녀를 가장 잘 아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제시니까.


손만 닿아도 뜨겁게 눈을 바로 맞추는 남녀가 이 영화에는 없다.
하지만, 내려진 손을 가만 깍지채우며 바닥 안 굳은살을 더듬고 꿍하는 마음의 일렁임을 느끼는 서로의 서로가 이 영화에 있다. 그 하나로, 우리를 보게된다는 그 하나로 이 영화가 오래 기억되게 될 이유는 충분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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