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시작하기 앞서 분명히 짚고가자면,
나는 덕후가 아닙니다. 덕력이 충만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다만 로봇 영화가 좋을 뿐입니다.
어떤 격렬하고 화려한 액션이 가득한 영화를 종종 즐겨보는데 사람과 사람이 부딪치며 피가 튀기고 잔인해져 버리면 그건 또 비위가 약해 잘 보지 못한다. 그런데 로봇은 어떠한가, 화려한 액션은 분명하지만 그들이 부딪치며 만들어내는 것은 낭자한 핏빛이 아닌 번쩍번쩍 스파크 아니던가.
내가 로봇영화를 보는 이유는 단순하다.
멋있잖아.
개봉 전 예고영상을 TV에서 보았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다른 영화 <감시자들>의 예고영상도 함께 보여지고 있었다. TV를 보던 두툼이가 말했다. "야 감시자들 보러가자" 단호박돋게 대답했다.
"아니, 난 퍼시픽림 볼거야 무조건."
아이맥스로 보고싶었다. 아이맥스로 봐야지만 이 잔뜩 텐션올려진 기대를 충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극장을 먼저 찾은 관객들의 반응은 거의 정확히 절반으로 나뉘어 호불호를 다퉜다. 덕내가 나네 어쩌네 지루해서 졸았네 어쩌네 일본여배우 발연기 완전 거슬렸네 어쩌네 등등등 불호 위치에 선 사람들의 후기가 차곡차곡 쌓여 들려올수록 무조건 아이맥스로 봐야한다. 하는 의지는 확고해져갔다.
무려 만 육천원. 평일 관람 기준 디지털 영화 티켓 구매 2인의 몫이었다. 하지만 아이맥스는 1인이 만육천원을 홀랑 해치운다. 예매하면서 사실 조금 놀랐다. 비싸서.
아, 그리고 평소 혼자 영화를 잘 보는 편인데 이 영화만큼은 둘 이상이 보고싶었다. 스케일이 남다른 로봇과 괴물 등장에 우와아 육성으로 소리내 감탄도 해보고 비트 터지는 씬에서는 어깨도 들썩들썩 하면서 옆에 앉은 일행에게 '이야잇 신난다!' 하면서. 그렇게 보고싶었다. 그래서 나는 두툼이를 소환했지. 둘이 보니 삼만이천 원. 아무튼, 이러한 루틴들을 거쳐서 퍼시픽림을 본 소감은 "아, 짱짱머신이야 증말" 이거다.
또 보고싶다. 또 보고싶어. 아이맥스로 또 보고싶어. 보여줄 잘생쁨이가 없다.
덧) 개인적으로 퍼시픽림 포스터 중에 위 포스터가 제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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