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선라이즈>없이, <비포선셋>만 있었다고 해도 그 자체로 아름다웠을 영화다.
비포선라이즈와 비포선셋, 더해서 비포미드나잇까지 하루 중 가용될 시간의 범위 중 절반을 영화 보는 데에 썼다. 비가 왔던 날이었다. 창밖으로 빗소리가 끊임없이 튀어올랐다. 창밖 알 수 없는 타인이 문틈새로 만약 나를 보았다면 그 순간 난 어떤 장면처럼 보여졌을까.
비포선라이즈를 본 후, 바로 이어 비포선셋을 보면 첫장면에서 조금 놀라게 된다.
9년이라는 세월의 흐름이 고스란히 에단호크의 엷지만 잦은 주름들에 맺혀 시선이 푹하고 그곳에 가 머물게 된다. 하물며 강산이 변한다는 십년이라는 시간에서 딱 1년 빠지는 시간일 뿐인데, 스크린 속 배우라고 해서 그 흐름을 거스를 순 없었겠지.
영화는 시종일관 그와 그녀의 말소리로 채워진다. 그 수다스러움이 살가운거다.
적정으로 비포시리즈를 정의하자면 '수다스러움과 찾기 어려운 여백이 사랑스러운 영화다.'
제시는 곧 떠나야하고 재회한 둘은 꿋꿋이 초침을 세는 시간이 아쉽다. 찾을 수 없던 그 공백을 덮어내고자 쉼없이 나와 너를 이야기하는 둘의 말소리에 나역시 귀를 쫑긋하고 함께 셀린의 집을 향해 어깨를 나란히 한 후 걸어가는 것 같은 기분에 빠진다.
가까운 타인이 되어 둘을 지켜봐주고 있는 것 같은 그런 기분말이지.
둘은 누구보다, 어느 배우보다, 더할나위없이 제시와 셀린 그 자체가 되어 연기한다. 연기를 하는 둘의 모습이 스크린에 있는거다. 분명한 사실인데, 서로를 향하는 둘의 눈빛의 절실함이 진짜의 그것같아, 보는 내내 애가 탔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빠졌을 그 마지막 장면.
셀린의 방, 소파에 앉아 노래하는 셀린을 쳐다보며 한 쪽 입꼬리 깊게 올려 웃는 제시의 그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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