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이 되면 드문드문 들려오는 이야기들.
그 해가 채 백일도 남지 않았다는 탄식의 말, 며칠에 사귀면 크리스마스가 백일이라는 귀여움 터지지만 나랑 해당사항 없는 말(오열) 아무튼 일개미 입장에서의 9월이 지나감은 3/4분기 마감과 같은 의미가 된다. 마감=바쁨의 공식인지라 구월 말일 전 후 일주일씩은 몽땅 온 신경을 업무에 집중한다. 요 근래 심정이 뒤숭숭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팀장님을 곁에서 지켜보고 있자니 어찌나 얄미운 지.
아무튼, 구월이 지나고 이름도 예쁜 시월이 왔다. 이름도 예쁘지 참 시월이라니. 어여쁜 이를 맞이하는 심정으로 지나간 것들에 대한 정갈한 예우로써 그렇게 사진들을 정리한다.
살이 찌기는 했지만(뜨끔) 사진에서처럼 배가 나온 것은 아닙니다.
회사에서 사용하는 볼펜. 필기감이 좋다. 플러스펜만 사용하다 오 좋은 볼펜이다!
발견하는 심정으로 sns에 올리고 보니 수험생들에게 유명하다고.
같은 이름의 빌딩, 동만 다른 곳에 재취업한 쏘 축하기념 술 마신 날.
영등포 오징어나라에 가서 물회와 소맥소맥. 마감 끝낸 방구도 느지막이 합류해서 달리고 달리고
임여사가 만들어 놓은 맛있는 호박볶음. 근데 짜다.
두툼이가 어느날 뜬금없이 새콤달콤을 사왔더라. '애냐?' 피식 비웃었는데
어느새 새벽에 껍질을 격렬히 뜯어내는 나를 발견. 오랜만에 먹으니 맛있네? 불량스럽고
9월호 페이펄의 한 페이지. 낄낄낄
할매가 키는 제일 쬐끔한데! 내가 제일 땅꼬마처럼 나왔네!
자고올 수 있는 여행이 여의치않은 할매를 배려해 이번 여름 우리의 휴가는 캐리비안베이
나는 내가 수영을 꽤 잘하는 사람이라는 걸 이 날 알았다.
파도풀에 휩쓸리는 혜자와 할매를 구조해 파도풀 앞자리로 쭉쭉 밀어내며 앞으로 나갔다.
그래야 파도를 높게 타서 훨씬 재미지걸랑! 일요일이었고 인기많은 놀이기구들은 대기줄이 너무 길어
슬라이드 시리즈만 몇 개 타고 내내 파도풀에서 둥둥둥
물놀이하고 나오니까 참 허기지더라. 어딘지 열심히 논 느낌이었다.
오, 오랜만에 골든라거를 마시면 참 맛있습니다. 골든라거 소맥이랑 야채곱창볶음.
영등포 뒷골목쯤에 있는 곱돌이네에 가면 쿨한 성격에 왠지 담배를 엄청 맛있게 필 것 같은
알바 언니가 있습니다(언니가 아닐수도. 아마 나보다 어리겠지 쳇..)
2차는 개운하게 또 회를 먹어줘야 라는 생각으로 오징어마을에 참 자주도 갔다.
오랜 시간이 지난 것도 아닌데 요즘은 횟집에 가지 않는다.
추석에도 차례상에 사온 동태전 몇 점 올린 후 상을 치우기 무섭게 모두 버렸더랬다.
사과같은 내 얼굴이네 하하하하. 옷 선물 받았다.
뜬금없는 날이었는데 수박이랑 저녁 뭐 먹을까 하다가 갑자기 아웃백에 간 날.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수박이를 본다. 많으면 세 번도 봤던 듯.
뽈 생일. 0912. 평일 심지어 목요일이었던지라 인천에 갈 생각이 추호도 없었는데
넘어오라는 뽈의 부름으로 1시간 반 걸려 인천 도착. 세시간 술 자리 후, 두시간 걸려 컴백홈.
눈물겨운 우정. 사진의 저것은 구월동 타마라는 술집의 차돌박이샐러드. 맛있다 여기 음식들.
비가 왔더랬다. 우산이 없었는데 케이크를 사러 오가는 길에 비를 맞았다. 그래서 급 피곤.
두시간 걸려 집에 갈 생각을 하니 더 피곤.
그런데 맛있는 안주나와서 또 흥분.
이렇게 동네방네 스물 여섯이라고 소문나게 케이크 박스 겉에 숫자초 붙여서 주는지 몰랐다.
어느 토요일. 홍대 제네럴닥터에서 치킨 카레. 좀 짰다.
제너럴닥터에서 종종 열리는 전시회 브로셔. 정갈한 폰트.
눈 한 번 맞춰주지 않던 도도한 제너럴닥터 고양이. 이름 모른다.
위와 같은날 저녁. 공덕으로 넘어가서 말로만 듣던 공덕 족발을 먹었다.
맙소사. 둘이 먹는 족발 저 한 접시가 만 육천? 팔천? 아니, 사천?원에, 순대와 순대국이 무한 리필.
트위터에서 트친분은 소주 뽀지게 둘이 먹어도 3만 원 밖에 안 나온다 하셨는데
왜 우리는 거의 6만 원이 나오는거죠?ㅋㅋㅋㅋㅋㅋ
시장 골목(야외)에서 먹고 있었는데 고등학교 동창도 만났다.
집에 들어가기 갑자기 아쉬워서. 어떤 전화라도 하고 싶어서.
집 바로 앞 버스정류장에 한참을 앉아있었다.
전화는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다.
8월호 파운드가 없다. 헷갈려 어디 있는 것인지 아니라면 애초, 내 것이지 않았는지
추석 연휴 전 날, 0917.
오후 세시에 회사 전체 조기퇴근을 하고
광화문 씨네큐브로 넘어가 영화 <우리선희>를 보았다.
상영시간 전 화장실에서 일명 변소샷
가을가을이래서 야상까지 챙겼는데 더워서 입지도 못하고 짐만 됐다.
아, 귀여운 정재영
가을방학이라 불렸던 올해 추석 연휴. 두툼이 슬리퍼 신고 동네를 배회하는 아이스크림 셔틀
아마도 추석 당일. 바뀐 낮밤으로 모두의 취침시간을 이미 이탈해버린 두 남매는
25시 심야영화를 보러 집을 나선다. 영화 <관상>을 보고 집에오니 새벽 네 시. 10cm 돋네
두툼이 생일쯤이어서 cgv에서 주는 생일쿠폰으로 먹은 오랜만인 팝콘.
지금도 헷갈리는 어니언인지, 치즈인지 아무튼 다른 맛 팝콘을 먹고 싶었는데
보통과 스윗으로만 선택 가능하다고. 쳇
0920. 수박이랑 동네 프라이팬에서.
퇴근한 수박이가 '저녁이나 먹을까?' 물었고, 종일 씻지 않은 채였던 나는 당당하게
"그럼 너가 우리 동네로 와. 오는 동안 내가 씻으면 되니까" 수화기 속 수박이도 어이가 없던지
파핫핫핫 하며 웃고 내 옆에서 통화를 듣던 두툼이가 '미쳤나봐 정말' 이라며 혀를 찼다.
그렇지만 수박이가 동네로 와준 게 반전이지 후후후
그 닭다리로 된 프라이드와 샐러드 셋트를 시키고 맥주 각 두 잔씩. 길-다란 걸로다가
일요일의 홍대, 용히와 몽소에 가서. 용히는 애인에게 전화하러 갔다. 젠장
몇 달 만에 만나는 친구 용히는 약속 장소를 향해 멀찍이서 걸어오며 첫 인사를
"살 쪘네?"
...
죽여 살려
땡스북스에 가서 내가 읽을 책 한 권, 용히가 읽고 싶어하는 책 한 권 같이 사서 선물했다.
책 선물은 기분이 좋아. 손수 골라 어느 날 갑자기 짠 하며 내어줄 수도 있지만,
나는 같이 가서 오래 곰곰 여러 책을 들춰보고 쥐어보고 풀어보며 마지막에 그사람 손에 들린
그 책을 선물해주는 게 더 좋더라. 이날도 그랬다.
치카치카
약수역 호박식당. 와규는 사랑입니다 여러분.
수박이와 요즘 약수역 맛집 탐방 중이다.
며칠 만에 만나면 매일 새로운 곳을 알아냈다며 함께 가 맛을 보고 자체 별점을 준다.
이 곳은 못난감자, 그래서 어글리 포테이토
가볍게 감자튀김이랑 맥주 몇 잔 마시기 좋은 곳. 가격도 착한 편.
단, 수박이같은 감튀귀신이랑 가면 먹어도 먹어도 계속 추가 주문하는 꼴이 발생해버림
사진처럼 기름진 느낌은 아니고 촉촉하면서 뜨겁다. 소스도 세 가지 정도 준다.
케첩보다 사우어크림이랑 먹는게 나는 더 맛있더라.
먹는 사진들이 가장 많은 것 같다. 여름 어귀들에는 이곳 저곳 뽈뽈 다닌 것 같은데 어째 걷기 더욱 좋았을 구월에는 먹겠다는 분명한 의지만을 가지고 살았던 듯. 뭐 아무렴.
크나큰 함정들을 피해 일상을 한 장씩 넘겨내고 있다는 생각이 얼핏 든다. 방금 아주 순간적으로 떠오른 생각이라 명분없고 분명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막무가내스럽게 그렇구나 라고 수긍해본다. 두 줄에 걸쳐 설명했지만 네 음절로 축약하자면 = 살 만 하다. 정도 되는가보다. 살만하니 살아지고 있는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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